시중은행들이 ‘내부통제 책무구조도’ 제출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센티브와 압박을 병행하며 은행들의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을 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내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제출을 끝낼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이 10월 말부터 시작되는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에 참여 의사를 연이어 밝히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오는 10월31일까지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신청을 받고, 11월 초부터 내년 1월 초까지 시범운영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직원들의 직책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에 대한 책임을 사전 특정하는 제도다. 이는 금융사에서 발생했던 그동안의 횡령, 배임,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최고경영자(CEO)에게까지 묻기 위한 조치다.
당초 금융사들은 내년 1월2일까지만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 되지만 당국이 제도의 조기 안착을 위해 10월 말까지 제출을 압박하고 있다. 강영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책무구조도 가이드라인 발표 당시 “책무구조를 조기에 도입·운영 할 수 있도록 시범운영기간을 도입하려고 한다”며 “이 시기에 무조건 빨리 제출해서 당국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고, 수정하고 운영하는 것이 가장 좋은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은 23일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2023년초부터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위해 TF를 구성하고 책무구조도를 준비한 뒤 정교화 과정을 거쳐 책무구조도를 완성했다.
신한은행은 각 임원의 책무를 규정하는 책무구조도 외에도 본점 및 영업점 부서장들의 내부통제 및 관리를 위해 ‘내부통제 매뉴얼’을 별도로 마련했다. 부서장에서 은행장까지 이어지는 내부통제 점검 및 보고를 위한 ‘책무구조도 점검시스템’도 도입해 임직원들의 점검활동과 개선조치들이 시스템 상에서 관리될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책무구조도가 시행되면 영업점과 본점의 부서장들이 1차적인 점검 책임을 갖게 된다”며 “각 책임자가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쉽게 알아보고 이행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화를 거쳐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책무구조도 제출을 앞두고 책무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전담 조직인 ‘KB책무관리실’ 신설을 발표했다. KB책무관리실의 주요 업무는 △책무 관련 제도의 기획 및 운영 △책무 이행점검 및 책무 관리시스템 운영 및 관리 △내부통제위원회 운영 및 지원 등이다.
KB책무관리실은 감독 당국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수행해 새로운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책무구조도는 10월 중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도 오는 10월 말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하나은행은 지난 4월 그룹장과 본부 부서 부서장을 대상으로 책무구조도 설명회를 마쳤으며, 6월 초안을 도출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준법지원부 주관으로 책무구조도 관련 TF를 진행해 준법감시 담당자에게 발송을 마쳤다. 마무리 작업을 거쳐 당국에 최종 안건을 조기 제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도 제출 기한인 10월 말까지 세부 조정을 마치고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리은행은 책무구조도 작성 태스크포스팀(TFT)을 운영하며 임원별 책무기술서와 책무체계도, 임원별 관리 조치를 포함한 책무구조도 초안을 작성한 바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자결재 시스템에 책무구조도 개념을 도입하는 형식을 준비하고 있다”며 “책무구조도 작성을 마무리하고 전산시스템 개발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 역시 10월 말까지 당국에 책무구조도를 조기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이사회 내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해 향후 책무구조도에 따른 경영진의 내부통제 준수 여부 등의 점검 및 평가를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