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보험료는 젊은층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젊은층이나 중장년층 모두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지만 보험료 부담에 젊은층의 대비는 부족한 실정이다. 보험업권의 트렌드는 젊은층 뿐만 아니라 여성, 질병을 이겨낸 사람 등 특정 대상에 맞춰 보험료 부담을 낮춰주는 추세를 보인다. 또는 보장 범위를 늘려 효율성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편집자 주] |
“다 비용이죠. 보험도 그렇고 자궁경부암 백신도 비용 때문에 안 맞았어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20대 여성의 발언이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젊은층이 보험료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에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팠다가 회복했거나, 백신 접종만 받아도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손해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은 최근 건강한 고객의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건강보험을 내놨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일 건강고지를 통과할 경우 할인해 주는 ‘KB 5.10.10 금쪽같은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5세부터 40세까지 고객이 가입 가능한 보험으로, 계약 이후 6년에서 10년 동안 입원‧수술‧3대 질병(암‧심근경색‧뇌졸중) 여부를 고지하는 건강고지를 통과하면 자사 기존 보험 대비 최대 25%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하는 만큼 15세 미만 가입자에게는 암 면책기간인 90일을 적용하지 않고, 20~30대 고객을 위해 요로결석 진단비, 통풍 진단비, 요실금 수술비 등 50여 종의 보장을 추가 탑재했다.
KB손보는 이미 건강 할인 보험으로 젊은층의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건강한 고객의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KB 5.10.10 플러스 건강보험’을 출시했는데 40대 이하 젊은층이 주로 가입한 것이다. KB손보는 기존 자사 종합건강보험에 가입한 15세에서 39세 젊은층은 22.8%에 그쳤지만, 이 상품에 가입한 젊은층은 39.8%로 2배 가까이 높았다고 밝혔다. KB손보 관계자는 “이번 ‘금쪽같은’ 출시로 기존 상품으로는 혜택을 볼 수 없었던 15세 미만의 건강한 고객도 합리적인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나손해보험도 같은날 건강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받는 ‘무배당 뉴 건강하면 더 좋은 하나의 간편보험’을 출시했다. 암에 더해 심질환과 뇌질환 진단비 등 보장 범위를 넓히고 90세까지 가입 연령도 확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기록과 병원이용기록 등을 분석해 건강 등급을 산출하는데, 일반심사로 가입하면 최대 38%까지, 간편심사를 받으면 최대 28%까지 할인된다. 건강한 만큼 할인받는 셈이다.
건강이 나빴다가 회복되더라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가입 당시 건강하지 않았더라도 2년마다 건강등급을 다시 산출해 등급이 개선되면 할인율을 적용한다. 반대로 등급이 낮아질 경우에는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는다. 하나손보 관계자는 “건강하면서도 남들과 똑같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고객의 아쉬운 마음을 생각하고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여성 건강에 집중해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으면 보험료를 할인하는 상품도 나왔다. 현대해상은 지난 5일 업계 최초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면 암 관련 보장보험료를 10% 할인해 주는 ‘굿앤굿여성건강보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임신‧출산기 유방, 생식기, 갑상선, 비뇨질환을, 폐경기 골, 수면, 정신질환을, 노화기 근육, 관절, 뇌 질환을 집중적으로 보장한다.
여성질환의 경우 반복 보장하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여성통합암 진단을 부위별로 최대 12회까지 보장하고, 유방암은 치료 형태별로 최대 4회까지 보장한다. 유방‧자궁‧난소암 진단을 받으면 재발하거나 전이됐을 때 최대 4회까지 추가보장도 가능하다. 또 중증을 포함한 자궁내막증과 중등도 이상의 자궁경부 이형성증 등 전조 질환도 보장한다. 가입자가 보험사에 고지해야 하는 이력에서 제왕절개 수술 이력을 제외해 가입 문턱도 낮췄다. 현대해상 상품개발 관계자는 “기존 종합보험과 건강보험에서 담지 못했던 담보를 제공하고자 제품을 개발했다”며 “전 생애에 걸쳐 안심하고 보장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보험료 부담을 낮춰 젊은층의 보험 보장격차를 줄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연구원이 지난 4월 발간한 ‘2023 보험소비자 행태조사’를 보면 낮은 인식도와 구매력을 보인 젊은층이 보험을 적게 구입하고 있어 보장격차가 컸다. 실손의료보험 보장격차는 20대 이하가 가장 높았고, 30대와 50대의 보장격차도 높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