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러 서울 왔지만”…고향 떠나 상경한 청년, 삶의 질 ‘뚝’

“취업하러 서울 왔지만”…고향 떠나 상경한 청년, 삶의 질 ‘뚝’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청년 60만명 행복·건강 여건 낮아

기사승인 2024-09-29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 강모(27)씨가 고향으로 돌아온 건 3년 전이다. 서울에서 2년간 직장 생활을 했던 강씨는 “자라온 곳에서 정착하니 정말 행복하다”며 “서울에선 갈 곳도, 놀 것도 많았다. 그렇지만 매일 혼자 집에 있었다. 만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5평도 되지 않는 방은 그를 더 고독하게 만들었다. 강씨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 있으니 더 외로웠다”며 “쥐구멍만 한 방이 유일한 안식처였다”고 토로했다.

인서울 대학 진학을 위해, 취업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며 많은 청년이 고향을 떠나 상경한다. 그러나 관계망 단절에 따른 외로움, 고립감, 높은 생활비는 청년들의 목을 졸라온다. 수도권에서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떠나 정착한 청년들의 삶의 질은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이 외면한 지방은 소멸 위기에,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의 행복감은 추락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비수도권을 이탈한 20대 청년은 60만명에 달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013~2022년 서울·경기·인천의 20대 순이동 인구는 59만1000명이었다. 순이동 인구란 지역의 전입 인구에서 전출 인구를 뺀 값이다. 

상당수 청년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오고 있다. 이들의 취업자 비율과 연간 총소득은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보다 높았다. 그러나 삶의 질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은 전날 이런 내용이 담긴 ‘KOSTAT 통계플러스 2024년 가을호’를 발표했다. 통계플러스에 담긴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과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의 삶의 질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의 삶의 행복감 6.76점이었다.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6.92점)보다 낮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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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청년 인구 중 취업자의 비율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72.5%)이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66.4%)보다 6.1%p 더 높았다. 연간 총소득도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은 평균 2734만원으로,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2034만원)보다 709만원 더 많았다. 다만 높은 주거비로 부채도 더 높았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의 부채는 평균 2642만원으로,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909만원)보다 1733만원 많았다. 총부채 대부분은 주택 관련 부채로 분석됐다.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들은 상대적으로 평균 통근 시간도 길었으며, 더 오랜 시간 일했다.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21.0%)은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12.7%) 보다 장시간 근로 경험 비율이 8.3%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근 시간별 비율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은 30~60분이 40.7%로 가장 많았다. 60분 이상도 21.5%였다. 반면에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은 30분 미만이 58.2%로 가장 많고, 30~60분 미만은 34.6% 순이었다. 1인당 주거 면적도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들은 32.4㎡로,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36.2㎡)보다 3.8㎡ 좁았다.

이는 실제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본인의 건강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50.3%)이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56.7%)보다 6.4%p 낮았다. 건강이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10.9%)이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6.1%)보다 4.8%p 높았다.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의 번아웃 경험 비율도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보다 12.3%P 높았다.

보고서는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이 비수도권에 남은 청년보다 경제적인 여건은 낫지만, 삶의 행복감은 낮다”며 “청년들이 나고 자란 곳에서 학업과 취업이 가능하도록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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