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적정 의료인력을 추산하는 ‘인력수급추계위원회’ 신설 방침을 밝힌 가운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의료인력 규모 결정을 보장할 수 있느냐”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입장문을 내고 “같은 기관(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 향후 동일한 실책을 반복하지 않겠느냐”라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는 의대 입학 정원 증원 규모 등 적정 의료인력을 추산하는 인력수급추계위원회를 연내 출범할 계획이다. 위원회의 과반은 의사단체 등이 추천하는 전문가로 구성하기로 했다. 의사 공급에 있어 의료계 요구를 반영하기 위한 조치다. 해당 위원회의 추계 작업 실무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안에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도 설치한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의료인력 추계는 과학적·객관적이어야 하고, 추계를 바탕으로 한 결정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면서 “추계와 최종 결정 모두 정부 기관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이어 “정부 방침에 따르면 추계센터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산하이고, 최종 의사결정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이뤄진다”라며 “보정심은 2000명 의대 증원 논의와 결정이 이뤄진 위원회로, 그 과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실행됐는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의료계는 의료인력 수급에 대한 과학적 추계 필요성을 짚으며 의대 정원은 추계를 바탕으로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고, 추계 결과가 나온 이후 증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비대위는 “의료인력 수급 추계는 미래의 의료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문제 투성이인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의료인력 추계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과 같아 올바른 결론을 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의료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 가파르게 증가하고, 필수의료가 붕괴되는 현 의료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향후 의료인력 수급 추계는 ‘우리는 어떤 의료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