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첫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3급 기밀로 분류된 ‘부산 엑스포 판세 분석 문서’의 국감장에서의 공개의 적합성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여당은 3급 비밀문서를 어떤 경위로 입수했느냐며 따졌고, 야당들은 국감 질의에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맞대응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 당시 우리 정부가 판세를 분석한 3급 비밀 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우리 측의 승리를 관측하고 있었는데 김 의원은 판세를 잘못 분석한 정부의 책임론을 강하게 비판하는 차원이었다.
김 의원은 ‘사우디 측의 주장과 같이 사우디의 10표 이상 확보는 절대 실현 불가능한 것’ ‘2차 투표에서 한국이 과반을 득표해 유치에 성공할 것’이라고 적혀 있는 해당 자료를 근거로 외교부의 책임 추궁에 나섰다.
김 의원의 자료 공개 후 여당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3급 비밀 자료를 어떤 경위로 입수했느냐면서 제보받은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태열 외교부장관도 김 의원의 질의를 가로막으며 출처를 따져묻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3급 비밀로 분류된 문서가 전 세계 국가가 다 보는 자리에서 공개됐다. 외교문서는 타국과 이해관계가 있을 수도 있고, 외교적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며 “3급 비밀문서의 입수 과정에서 비밀 공개 절차가 지켜진 것인지, 그에 대한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관 출신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사안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밀문서가 유출된 것은 국기를 흔드는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며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한 점을 위원장이 정부에 강하게 촉구해달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국감장에서의 해당 비밀 문건 공개는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응수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따져 묻고, 바로 잡는 게 국감 자리인 만큼 형식 아닌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밀 문건을 자주 다뤄 본 자신의 외교부 근무 경력을 언급하며 “해당 문건이 만들어진 시점에서는 보안을 지킬 실익이 있었겠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그런(보안을 유지할) 실익이 없는 게 아니냐”며 “형식 논리로 갈 게 아니라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누가 잘못을 했는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등을 따지는 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국감에서)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6선을 지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오랜 국회의원 경력을 소개하면서 “(유출 경위) 조사는 정부에서 하면 되는 것이다. 국회는 자료를 확보하면 뭐든지 질문할 수 있다”며 “김준형 의원의 질의에 장관이 ‘어디서 입수했느냐’ 따져 묻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여권 핵심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외교 기밀 노출은 의원의 면책 특권 이전에 국가기밀을 노출한 자의 국기문란, 이적행위로서 이는 국가의 모든 수사력을 총동원해서 유출 경위를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해당 문건을 유출한 공무원을 국가 사범으로 엄중히 문책해 다시는 국가기밀이 누출되지 않도록 국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 의원도 면책 특권 뒤에 숨지 말고 이 국가기밀을 어디서 어떻게 입수했는지 수사기관에 솔직히 말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협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충분한 오해를 살 수 있다. 이는 일종의 국가 기강을 무너뜨리기 위한 은밀한 내부자 거래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가기밀 유출 사건은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조태열 외교부장관 검찰총장이 특별대책팀을 세워 국가기밀유출자와 그 폭로자의 내부자 거래를 지구촌 끝까지 추적하여 반드시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