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여력이 있다”면서도 “한국이 미국처럼 0.5%p씩 금리를 내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며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 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겠다”라고 ‘영끌족’들에게 재차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이유로 물가상승률이 뚜렷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외환시장 리스크도 다소 완화된 만큼 통화정책의 긴축 정도를 소폭 축소하고 그 영향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2%대 성장을 위해선 금리가 중립수준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중립 수준으로 안 내려가면 성장률이 2%보다 낮게 된다”며 “금리가 중립보다 높았던 것은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기 위해 경기를 희생하더라도 긴축 수준을 유지한 것”이라고 했다.
기준금리 인하를 미국처럼 할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 이상 올랐고 금리를 5%포인트 이상 높였다”며 “그러니 금리 인하 속도가 빠른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금리를 3% 올렸다”며 “우리도 0.5%p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없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총재가 꾸준히 메시지를 전달했던 ‘영끌족’에게 재차 경고를 전했다. 이 총재는 “영끌족 이야기는 부동산가격을 예측해서 투기적인 것을 경고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한동안 이자율 수준이 예전 0.5% 수준으로 갈 가능성은 적기에 빌려서 부동산 투자할 경우 이자율이 낮아서 비용이 적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해외에 없는 금융안정을 고려하고 있기에 갭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라는 말씀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이번 결정이 ‘매파적 인하’라는 점도 밝혔다. 그는 “금통위원 5명이 앞으로 3개월 후 전망에 대해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의견을 냈다”며 “이게 조건부여서 상황이 바뀌면 변화할 것이지만 금융 안정에 대해 고려해야 해 ‘매파적 인하’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금통위에선 장용성 위원만 3.5% 유지가 적절하다는 견해를 냈고 나머지 금통위원은 모두 인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끝으로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한은이 좌고우면하면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며 “8월 기준금리를 동결했을 때 실기한 것 아니냐는 여러 기관의 의견이 많았다. 실기했느냐 아니냐는 내수에 방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하는지, 금융안정도 고려하면서 하는지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8월 실기 여부는 1년쯤 시간을 가지고 봐야겠지만 지난 2년간의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은 이미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주요국보다 적은 폭의 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물가 안정을 달성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