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KT 김영섭 리더십 [취재진담] 

시험대에 오른 KT 김영섭 리더십 [취재진담] 

기사승인 2024-10-16 06:00:06
잘못에는 고개를 숙였다. 때로는 굽힘 없이 입장을 관철하기도 했다. 김영섭 KT 대표가 앞서 국정감사(국감)에 출석해 보여준 모습이다.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는 ‘데이터 속도 제한’와 ‘그리드 프로그램’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반면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 KT 홍성지사가 충남 홍주읍성 복원 사업 관련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인 제공자가 이전비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전 비용 관련 KT 지사가 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두 태도 모두 회사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필요한 모습이었다.

국감 데뷔전은 무난하게 넘겼지만, 본 무대가 곧 시작된다. KT는 대대적인 인력 개편을 준비 중이다. KT는 15일 이사회를 열고 네트워크 운용을 전담할 자회사 KT OSP와 KT P&M(가칭) 설립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설립된 자회사에 본사의 네트워크 운용 인력을 재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희망퇴직도 진행한다. 전체 인력 조정 규모는 KT 본사 임직원의 30%에 가까운 최대 57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AICT(인공지능과 정보통신의 합성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밑 작업이다. 김 대표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 행사에서 “통신 역량에 AI를 더한 AICT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5년간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2조4000억원을 투자, 한국형 AI와 클라우드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네트워크 운용 인력을 정리하고 AI 인력을 대거 확충해 조직 체질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넘어야 할 산은 많다. KT의 근간인 통신 기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8년에는 서울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대 KT망을 사용하는 기기들이 먹통이 됐다. 이른바 ‘아현 사태’다. 통화·인터넷은 물론 카드결제 등이 되지 않아 수많은 소상공인과 시민 등이 피해를 입었다. 당시 KT 아현지사의 네트워크 운용 인력 감축 및 노후화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인원 감축 및 자회사 이관을 통해 일자리의 질이 저하되면, 비슷한 문제가 다시금 누적돼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인다. 또한 공기업으로 시작한 KT는 다른 통신사와 달리 농어촌 및 도서지역 통신망 제공에 크게 기여해왔다. 전국 구석구석의 통신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노조와의 협의도 진행되지 않았다. 제1노조인 KT노조는 16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KT 사옥 인근에서 이번 인력 개편안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인다. 노조와는 전혀 소통 없이 이뤄진 개편안이라는 이유에서다. KT 지역본부에서도 상경, 300여명의 노조 간부들이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KT노조는 1만6000여명의 KT 임직원이 가입한 KT 최대 노조다. KT노조는 지난해 김 대표 선임 당시 “과거와 같이 무리한 구조조정을 펼치거나 무분별한 외부 인사 영입에 의한 조직 운영으로 안정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리더십은 위기의 순간에 가장 빛을 발한다. KT는 AI로의 대전환을 꾀하면서 여러 시행착오와 마찰을 빚고 있다. 통신 근간에 대한 우려와 노조와의 갈등도 더해졌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AICT 개혁을 성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김 대표에게 주어졌다. 잘못에는 고개를 숙이고, 때로는 굽힘 없이 입장을 관철하는 리더의 모습이 다시금 필요한 때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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