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내줄 때 집주인 신용 본다는데…전세가 자극 우려도

전세대출 내줄 때 집주인 신용 본다는데…전세가 자극 우려도

은행권 전세대출 임대인 신용평가 검토
신용등급 체납 이력 등 살펴볼 듯
“전세가 밀어 올릴 수도”

기사승인 2024-10-23 06:15:05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에 세대주택 전세·월세 등 매물 정보가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시 집주인의 반환 능력을 평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세사기 발생 가능성과 가계대출 급증에 한몫하는 전세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전세대출 잔액은 200조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세대출 실행 시 임대인 상환 능력과 관련한 은행권 신용평가를 도입을 살펴보고 있다. 은행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CSS)을 통해 임대인이 전세자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따져보고, 신용정보원을 통해 임대인의 신용불량, 국세체납 기록 등을 확인하는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대출의 차주는 임차인이지만 실질적으로 은행이 대출금을 계좌로 보내는 당사자는 집주인이다. 하지만 그동안 임대인에 대한 상환능력을 따져보는 심사나 평가 절차가 없었다. 사각 지대에 남겨져 있었다는 게 당국 문제 의식이다.

앞으로는 임대인의 낮은 신용등급, 선순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가액 합계가 일정 수준 초과, 국세 체납 등의 이유로 은행이 전세 대출금을 내주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90~100%에 달하는 보증비율을 80% 이하로 낮춰 전세대출 공급을 줄이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보증비율이 낮아지면 임차인의 전세금 기준 대출 조달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의 적정한 규모를 따져보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3대 보증기관의 연간 보증 공급 계획이 사실상 전세대출의 신규 공급량 총액을 결정하는 구조인데, 이들의 연간 공급 계획과 적정 보증 규모 등을 살펴본다는 구상이다.

전세대출은 그동안 서민 주거안정에 기여한다는 명목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각종 규제 대상에서 빠져왔다.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이 100% 가까이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은행도 까다롭지 않게 대출을 내줬다. 

하지만 당국 입장이 돌아선 이유는, 최근 전세대출이 급증하며 가계부채 급증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23조원에 불과했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016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해 2019년 100조원을 넘겼다. 2021년 말에는 180조원까지 불었다. 현재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90조원 대로 2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전세대출은 갭투자로 이용돼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아울러 당국은 전세대출시 집주인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게 되면 전세사기·깡통전세 방지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나갈 때 차주와 집주인 능력까지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도 대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갭투자가 쉽지 않아질 것이고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대출금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갭투자에 제동이 걸린다”면서 “전세와 매매시장 안정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자칫 전세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7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가격은 0.10% 상승하며 74주 연속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 상환능력을 너무 타이트하게 평가하게 되면 아무래도 전세시장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 예전에는 집주인 100명이 들어올 수 있었는데 이제는 상환능력이 있는 집주인 일부만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물량이 줄어들고, 줄어든 물량에 임차인들 수요가 몰리며 전세가를 밀어 올리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고 봤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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