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스크’에 2차전지株 ‘휘청’…“시장 주도력 살아나기 어려워”

‘트럼프 리스크’에 2차전지株 ‘휘청’…“시장 주도력 살아나기 어려워”

2차전지株, 최근 ‘두 자릿수’ 급락세…지난달 상승분 반납
테슬라·트럼프 리스크 ‘대형 악재’
트럼프·해리스, “누가 당선돼도 보조금 축소 피할 수 없어”

기사승인 2024-10-24 06:00:08
쿠키뉴스DB

최근 상승세를 선보인 2차전지 관련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테슬라 투자심리 악화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조금 폐지 악재에 휩싸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업종의 시장 주도력이 다시 살아나기 어렵다고 진단하는 상황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 주가는 이달초 9만2400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8만원으로 13.41% 급감했다. 같은 그룹사인 에코프로머티와 에코프로비엠도 각각 16.34%, 14.67% 떨어졌다. 다른 2차전지 관련주인 포스코홀딩스(-8.92%), 포스코퓨처엠(-5.42%), 엘엔에프(-13.72%)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2차전지 관련주들은 이달 중순부터 주가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달부터 유의미한 주가 상승세를 펼쳐온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에코프로는 지난달 10일 7만2600원을 기록한 이후 이달 2일 9만2400원으로 27.27% 치솟았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머티와 에코프로비엠은 각각 46.14%, 27.84% 상승했다. 포스코홀딩스(13.44%), 포스코퓨처엠(23.57%), 엘엔에프(37.03%) 역시 오름세를 시현했다. 

이같은 흐름은 2차전지 섹터 투자심리를 좌우하는 전기차·배터리 대장주 테슬라에 대한 시장 기대감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증시에서 22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40% 하락한 217.97달러에 장을 마감하면서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테슬라는 지난 1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위 로봇(We Robot) 행사를 열고 자율주행 무인 로보택시 사이버캡'(CyberCab) 시제품을 공개했다. 

그러나 로보택시에 적용되는 자율주행 기술의 구체적인 내용과 규제 문제 해결 방안, 수익성 창출 여부 등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진 사안들에 대해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장 기대치에 어긋난 행보를 보였다. 이에 지난 11일 하루 만에 8.78% 급락하면서 당시 시가총액 순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여기에 악재는 또 있다. 2차전지 섹터의 장기적인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소가 산재한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조금 폐지라는 악재가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미국 대선 결과 예측 모델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54%로 해리스 부통령(45%)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코노미스트의 예측 모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해리스 부통령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지난 8월 초 이후 2개월 만이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인 276명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미 대선은 한국과 달리 총 득표율로 당선이 결정되는 게 아닌 주별로 할당된 총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270명) 이상을 확보해야 승리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과 반대로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이 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에 따라 보조금을 받아 왔던 만큼, 정책 비중 축소는 산업에 대형 악재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2차전지 종목에 대해 경고등을 울리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장정훈 연구원은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지명 수락 연설에서 취임과 동시에 전기차 의무 명령을 폐기하겠다는 발언을 했다”며 “전방 전기차 수요 둔화뿐만 아니라 북미 현지에 대규모 생산 캐파를 늘린 한국 2차전지 업체들의 가동률 하락과 첨단제조세액공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해리스가 당선된다고 해도 재정적자 심각성이 이미 수 차례 회자된 터라 어느 정도의 보조금 축소는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보조금 수혜를 많이 누린 2차전지와 반도체 업종의 시장 주도력은 쉽게 살아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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