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이 다시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며 실질적 회원사가 됐다. 한경협이 추후 ‘재계 맏형’의 위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LG, SK, 현대차 등 4대 그룹은 한경협에 회비 납부를 완료했거나 이달 중 완료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한경협에 연회비 18억1000만원을 이달 중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도 한경협에 회비를 보낼 계획이다.
LG그룹은 최근 회비 납부를 완료했다. LG와 LG전자, LG화학, LG이노텍, LG유플러스 등이 참여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7월, SK그룹은 지난 8월 회비 납부를 완료한 바 있다.
4대 그룹은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자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탈퇴했다. 전경련이 당시 청와대의 압력으로 기업에 돈을 걷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납부하게 했고, 이를 통해 기업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4대 그룹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며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회원으로 가입돼 있던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경협에 흡수 통합되며 다시 한경협 회원사가 됐다. 한경협은 지난 4월 4대 그룹을 포함한 회원사에 회비 납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에서 정경유착 재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회비 납부 의견 조율에 시간이 다소 걸리기도 했다.
4대 그룹이 모두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게 되면서, 한경협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4대 그룹이 복귀하게 되면서 한경협의 회비 수익이 늘게 됐다. 지난 2015년 한경협의 회비 수익은 492억원이었으나, 지난 2021년 회비 수익은 97억1188만원으로 집계됐다. 4대 그룹이 빠진 여파였다. 회비가 다시 늘게 되면서 할 수 있는 사업 등도 더 늘 것이라는 관측이다.
위상 역시 달라진다. 한경협은 해외 경제단체와의 굵직한 교류 등을 주도하는 등 과거 국내 경제단체의 수장 역할을 해왔다. 한경협의 역대 회장은 4대 그룹 선대 회장들이 맡아오기도 했다. 다시금 재계의 맏형으로서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4대 그룹의 복귀와 관련해 한경협 관계자는 “기업의 대외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에 보다 집중하겠다. 법과 제도, 환경 등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존과는 다른 한경협의 모습도 강조했다. 관계자는 “해외 연구단체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기업의 글로벌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며 “윤리위원회를 꾸리는 등 정경유착을 방지할 시스템도 마련해 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한경협의 향후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경유착 등의 어두운 이미지를 벗어나 경제·산업 발전을 위해 기업을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기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좀 더 부각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전환 시대를 맞아 기업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고용창출도 중요하지만 산업경쟁력 강화 역시 중요하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연구해 재계 또는 사회 전반에 공유하는 역할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