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색 찾아 ‘강원도로 떠나볼까~’

가을 색 찾아 ‘강원도로 떠나볼까~’

- 강원도의 가을 “색으로 말한다”
- 단풍전선 열흘 이상 늦어져
- 설악산은 80%이상 물들어 지금 절정

기사승인 2024-11-02 06:00:07
'소녀시절로 돌아가서'
지난 31일 은행잎이 곱게 물든 강원도 홍천 은행나무숲을 찾은 관람객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홍천에서 온 최덕용(70) 목사는 “은행나무 숲에 이웃한 홍천에 살고 있지만 그동안 바빠서 10여년 만에 다시 왔다”면서 “예전에 비해 나무가 많이 자라 이제는 정말 명소가 되었다. 함께 온 장로부부와 사진도 많이 찍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 굽이도는 산간도로 따라 오색가을 
- 단풍, 이상기후로 예년처럼 곱지 않아

지난 9월 말 산림청에서 발표한 ‘2024 산림단풍 예측지도’에 따르면 올해 단풍은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올해는 지난해 대비 단풍이 다소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수종별 단풍 절정 시기는 참나무류가 10월 28일, 단풍나무류는 29일, 은행나무는 10월 31일로 발표했다. 특히 신갈나무의 단풍 절정 시기는 최근 2년 대비 약 5일 정도 늦어질 전망이라 했다.
'강원도 한계령에서 본 설악산 가을풍경'
오색단풍이 유혹하는 가을이 깊어간다. 지난 31일 강원 양양군 설악산 한계령에서 바라본 설악산에 단풍이 물들었다. 예년보다 무려 보름가까이 늦어진 올해 단풍은 이제야 설악산을 물들이고 남쪽으로 치닫고 있다. 

최영태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기후 변화로 인해 늦더위가 계속되고 있어 단풍 시기가 작년보다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도 당초 올해 단풍 절정이 지역별로 10월 20일부터 11월 5일 사이 대체로 찾아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곳곳에서 ‘지각 단풍’이 속출하고 있다. 단풍이 들어도 예년처럼 아름답지는 않다. 단풍이 들려면 기온이 낮아져야 한다. 11월 들면서 초순 기온이 최저 1~14도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를 보면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 11월 중순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이 길어 지각은 했지만' 
단풍이 곱게 물든 활엽수림과 녹색의 침엽수림이 어우러진 구룡령 인근 산간 풍경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도 하고 여행의 계절이라고도 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서점가는 한강의 작품을 비롯한 문학서가 불티나게 팔리며 독서의 계절을 실감케 한다. 반면 지난여름 폭염에 지친 시민들은 단풍의 계절, 가을을 학수고대하였지만 폭염이 길어진 탓에 단풍은 곱디고운 빛을 발하지 못하고 힘들게 우리 곁을 찾았다. 예년 같으면 울긋불긋 온 산하를 수놓았을 단풍 소식이 이제야 북부지역을 물들이고 남녘은 이제 시작이다. 세상의 빛깔은 때에 따라 변한다. 파란 하늘 아래 은행잎이 노랗게 물든 모습을 바라보며 가을이 깊어감을 실감한다. 책속에 펼쳐진 사진 속 가을만 즐기기엔 하늘이 너무나 맑고 푸르다. 집안을 벗어나 가을이 다 가기 전 단풍 맞으러 길 떠나보자.
'가을색 물감을 흩뿌린 듯'
완연한 가을날씨가 이어진 지난 31일 강원 양양에서 인제군에 걸친 설악산국립공원 한계령 하부 일대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가을 단풍 관광의 최적지는 역시 강원도다.
이름 난 단풍 명소도 좋고 험산준령을 지나는 고갯길에서 만나는 단풍은 자연의 경이로 느끼게 한다. 기자는 단풍 맞으러 강원도 양양의 한계령과 인제군 조침령을 거쳐 홍천의 은행나무 숲을 다녀왔다.
강원도에 접어들고 고개 입구부터 붉고 노란 단풍이 가을 햇볕을 받아 빛나고 있다. 180도로 꺾어지는 S자 굽잇길을 돌고 돌아가며 만나는 울긋불긋 단풍은 가을을 실감나게 한다.
'가을 속으로'
구룡령의 아침 도로 풍경, 아침 햇살을 뚫고 굽은 길을 돌아서면 더 멋진 가을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듯 하다.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잊어버리라”는 노 가수의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한계령 정상에서 ‘이 산 저 산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은 어김없이 한계령의 단풍을 모두 쓸고 갔다. 정상에서 단풍을 즐기기엔 한 발 늦었다. 단풍이 늦어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단풍은 산 아래를 거쳐 이미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단풍의 남하 속도는 평균 시속 1km, 하루 20~25km씩 남쪽으로 내려간다. 

한계령 주차장에서 만난 이진수(58) 씨는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모처럼 차를 몰고 가을풍경을 찾아 나섰다”면서 “집안 일로 늘 답답해하는 아내에게 깨끗한 공기와 가을바람을 선사했더니 기분도 좋고 마음도 상쾌하다”고 말했다.
'울긋불긋 오색옷 갈아입은 조침령'
지난 31일 강원도 인제군 조침령에서 굽이치는 도로와 오색의 단풍이 어우러져 한폭의 풍경화를 그려냈다.  

구룡령길 따라 조침령 터널 입구에서 드론을 날렸다. “산이 높고 험하여 새가 하루에 넘지 못하고 잠을 자고 넘었다”고 하는 지명의 유래처럼 굽이굽이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고개를 넘기 어려 운 때 길을 내고 터널을 뚫고 산 이쪽저쪽을 연결하였던 것처럼 단풍과 함께 얼굴을 스쳐가는 기분좋은 가을바람은 복잡한 세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기에 충분하다.
부산에서 온 양진호(50) 씨는 “가족과 함께 세 번째 방문이다. 모처럼 홍천 은행나무 숲에서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가려고 한다. 강원도는 볼 것이 많아 여러곳 둘러보고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천군 내면 은행나무 숲을 찾았다. 은행나무 숲은 사유지로 10월 한 달 동안 만 일반에 무료로 개장하는데 올해는 단풍이 늦어 이번 주말일 11월 3일까지 개장한다. 아직 단풍이 한창인데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홍천 은행나무 숲은 개인이 30년 동안 가꾼 숲이다. 홍천 지역 가을을 대표하는 최고명소인 은행나무숲은 5m 간격으로 은행나무만 2,000여 그루가 심겨 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장관을 연출한다. 잠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노란 은행잎이 비같이 흩날린다. 바로 이때가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순간이다. 
홍천 은행나무숲을 찾은 한 관광객의 선글라스에도 단풍이 내려앉았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김 민(7)어린이는 “체험학습 신청하고 엄마 아빠와 함께 여행을 왔다”며 “계곡에서 다슬기도 잡고, 은행나무 숲에서 엄마랑 사진찍기 놀이도 하며 즐겁게 지냈다”고 말했다.

인제 '비밀의 정원' 가을 아침 풍경

'신비스러운 비밀의 정원'
강호성 사진작가는 “인제 비밀의 정원은 원래 군사작전 지역이라 일반인은 접근할 수 없었기에 비밀의 정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곳이다. 사람들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절대적 순수 자연풍경을 렌즈에 담아보려 했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강호성(60) 씨는 “며칠 전 기상을 보니 아침안개가 좋을 것 같아 저녁밥을 뜨는둥 마는둥 장비를 차에 싣고 인제 비밀의 정원을 향했다. 밤 늦게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촬영 포인트에 세워놓고 차에서 밤을 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서 “이른 아침 예상대로 안개가 피어오르며 몽환적 분위기의 비밀의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고 말했다.
'형형색색 물든 방태산계곡'
방태산 이단폭포는 사계절 작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특히 깊어가는 가을 형형색색의 단풍과 폭포의 물줄기가 쏟아내는 가을 풍경은 그림인지 사진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이어 강 작가는 “역시 강원도 사계절 다양한 풍경을 우리에게 선물하지만 다양한 컬러를 선사하는 가을을 특히 좋아한다. 비밀의 정원에 이어 방태산계곡과 자작나무 숲에서도 가을을 많이 담아가지고 돌아왔다”고 흡족해했다.

다음 주중에 조금 기온이 떨어진다는 예보는 있지만 맑고 화창한 가을 날씨가 이어지며 지금이 가을나들이 하기 딱 좋은 시기이다. 연휴도 없는 11월이지만 단풍과 함께 ‘여행가는 가을’로 제 격이다. 집 인근의 작은 공원에도 이미 가을은 와 있다. 단풍 명소를 찾아 즐겨도 집 앞 공원 벤치에 앉아 쉬어도 가을은 늘 여유롭고 아름답다. 
강원도 구룡령의 한 산간도로에서 촌로가 방금 감나무에서 수확한 대봉감을 판매하기위해 정리하고 있다.

올 가을 단풍색은 조금 덜 예뻐도 가수 박강수의 노래처럼 

“가을은 참 예쁘다”
‘가을은 참 예쁘다 파란 하늘이
너도 나도 하늘의 구름 같이 흐르네
조각조각 흰구름도 나를
반가워 새하얀 미소 짓고
그 소식 전해 줄 한가로운
그대 얼굴은 해바라기

나는 가을이 좋다 낙엽 밟으니
사랑하는 사람들 단풍 같이 물들어

가을은 참 예쁘다 하루 하루가
코스모스 바람을 친구라고 부르네’

강원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 탐방로에 순백의 자작나무와 울긋불긋한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가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매년 40만명이 넘게 찾는 자작나무숲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선정하는 '꼭 가봐야 할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에 5회 연속 이름을 올릴 만큼 사랑받는 대표 산림 관광지다.


강릉에서 온 관광객들이 파란하늘과 노란은행나무 아래서 머플러를 날리며 서로 인생샷을 찍어주고 있다.



단풍 명소 홍천 은행나무숲도 '지각 단풍'
강원 홍천의 은행나무숲은 가을 단풍의 대표적인 명소이다. 딱 10월 한 달만 문을 여는 곳이지만 올여름 길어진 폭염 탓에 여전히 초록 잎이 많이 남아있어서 올해는 11월3일 폐장한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강호성 사진가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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