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들 분쟁은 지난 3월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편에 서며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7월, 신동국 회장은 모녀(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와 손을 잡으며, 신동국 회장과 모녀로 구성된 3자연합은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의 과반에 근접하는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이에 형제 측의 의중이 고스란히 담긴 공동성명서가 최근 한미그룹 사내망을 통해 공개됐다. “창업자의 깐부인 신동국 회장을 중심으로 화합하게 됐다”며 신 회장을 앞세우던 형제 측은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대주주 일가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 문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서 대주주 가족 간 단합이 해쳐졌다”고 입장을 바꿨다. ‘깐부’에서 ‘외부세력’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두 달. 형제 측은 "외부세력은 더 이상 한미에 머물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의 창업자였던 고(故) 임성기 회장의 각별한 고향 후배로, 임성기 회장과 함께 한미약품그룹의 진정한 미래가치를 논하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형제 측인 임종윤 사내이사 또한 신 회장을 두고 “임성기 전 회장은 물론 창업주 일가로부터 두루 신임을 받는 인물”이라고 칭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신 회장은 왜 입장을 바꿨을까. 신 회장은 지난 10월 소액주주연대가 보낸 서면질의서에서 “한미는 서둘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신 회장의 행보는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오버행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모녀 주식 일부를 시세보다 15% 높은 가격으로 매입하기도 했으며, 지난 3월의 입장에 대해서도 한미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타 기업에 한미를 넘기는 딜을 반대한 것일 뿐, 형제 편을 든 게 아니라고 일축했다.
특히 형제 측에 대해선 3월 주총 이후 경영에 관한 상의는 일절 없이, 본인들의 채무도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경영권에만 욕심 낸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형제 측 임종훈 대표에게는 여전히 진정한 소통만이 화합으로 가는 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신 회장의 의사결정은 항상 ‘한미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에선 이사회 정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과 3자연합의 신 회장과 임 부회장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이들 안건이 모두 통과되면 신 회장이 바라는 경영 정상화와 전문경영인 시스템 도입에 한발 가까워지게 될 터. 이를 앞두고 형제 측은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내부 분열 조짐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