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올해 3분기 10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유통 강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간 제기돼 온 유료 멤버십 회비 인상으로 인한 ‘탈팡족’ 우려를 잠재우고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과 파페치 인수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던 영업이익도 다시 흑자로 회복했다.
쿠팡Inc가 6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3분기 매출은 10조6900억원(78억6600만달러·분기 평균환율 1359.02)으로 전년 동기(8조1028억원·61억8355만달러) 대비 32% 늘어나며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파페치 매출(5966억원·4억3900만달러)을 제외한 쿠팡 매출은 10조934억원(74억27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25% 성장했다.
쿠팡의 3분기 영업이익은 1481억원(1억900만달러)으로, 전년 1146억원(8748만달러)과 비교해 29% 늘어났으며, 달러 기준 25% 증가했다. 다만 쿠팡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1.38%로, 전년(1.41%) 대비 수익성 지표가 소폭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869억원(6400만달러)으로 전년 1196억원(9130만달러) 대비 27% 감소했다. 매출 대비 순이익률은 0.8%로, 전년(1.5%) 대비 하락했다. 다만 지난 2분기 영업손실 342억원, 1~2분기 연속 당기순손실에서 이번 3분기 흑자 전환했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 분야 매출은 9조3650억원(68억91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이는 올 2분기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18%) 보다 높은 수치다.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조정 에비타 흑자(상각 전 영업이익) 규모는 4억7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8% 늘었다.
김범석 의장은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충성고객(코호트)의 지출 확대와 무료 로켓배송과 새벽·당일 배송, 무료반품, 쿠팡이츠 무료배달, 쿠팡플레이 무료시청 등 와우 멤버십의 다양한 혜택과 가치를 알아가는 회원들이 늘고 있다”면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거대한 잠재력을 고려할 때 이제 막 첫발을 내딛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3분기 실적에서 눈에 띄는 건 ‘활성고객’의 증가다. 당초 업계에선 쿠팡이 와우 멤버십 회비를 인상하며 탈팡족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이용자 수는 늘어났다. 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 등 프로덕트 커머스 부분 활성고객은 2250만명으로, 전년 동기 2020만명과 비교해 11% 증가했다. 올 2분기(2170만명)보다 80만명 늘어난 수치다. 프로덕트 커머스 고객의 1인당 고객 매출은 43만2160원(318달러)으로, 전년 대비 8% 늘었다.
김 의장은 “와우 회원의 주문 빈도가 비회원 고객의 9배에 달할 정도로 높은 참여도를 보이고 있다”며 “가장 오래된 와우 회원은 신규 와우 회원보다 평균 2.5배 많이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성고객의 지출이 높아진 이유에 대해 “로켓배송, 로켓프레시와 로켓그로스 등 신규 사업의 상품군 확대가 매출을 견인했다. 특히 로켓그로스의 주문량, 판매자 수, 전체 거래 볼륨이 각각 130%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대만·쿠팡이츠·파페치·쿠팡플레이 등 성장사업 부문의 3분기 매출은 1조3250억원(9억7500만달러)으로, 전년 대비 356% 성장했다. 성장사업의 조정 에비타 손실은 1억2700만달러(1725억원)로, 전년 동기 1억6082만달러(2107억원)와 비교해 달러 기준 21% 가량 줄었다. 파페치의 조정 에비타 손실은 지난 2분기 424억원(3100만달러) 대비 이번 분기 27억원(200만달러)으로 크게 감소했다.
김 의장은 “파페치는 운영 효율성 향상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올해 초 언급했듯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였다”면서 “이번 3분기 그 마일스톤(이정표)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다만 쿠팡의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670억원 규모로, 전년 같은 기간(4448억원)과 비교해 62%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3분기 누적 4264억원이었지만, 올 들어 같은 기간 누적 당기순손실(-887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본격화된 전국 물류 인프라 투자 확대로 잉여현금흐름은 4200만달러(약 570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최근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은 9억3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과 비교해 9억2000만달러 줄었다. 3분기 물류 인프라 등에 3억8300만달러(약 5205억원)를 투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거랍 아난드 쿠팡 CFO는 “로켓그로스(FLC)와 럭셔리 서비스인 알럭스(R.lux) 같은 새로운 상품과 카테고리는 로켓배송 셀렉션 확대로 인한 엄청난 성장 기회를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달 명품 브랜드와 직접 제휴해 직매입한 상품을 로켓배송으로 서비스하는 ‘알럭스’를 선보였다.
쿠팡은 지난 8월 와우 멤버십 회원의 월회비를 기존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린 바 있다. 신규 회원 회비는 지난 4월 인상됐다. 앱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회비 인상 이후인 8월과 9월 쿠팡 앱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각각 전달 대비 0.5%, 0.9% 증가했다. 다만 지난달에는 0.2% 감소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강점인 ‘로켓배송’ 경쟁력이 막강해진 만큼 쿠팡의 성장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