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의 ‘고무줄 회계이익’을 보완할 방안을 마련했다. 미래 보험사가 지급해야 할 비용을 계산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6일 금융위원회는 지난 4일 제4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논의한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과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연착륙 방안’ 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해 새로운 국제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며 보험사가 이익을 계산한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보험사는 일정 기간 보험료를 받고 정확히 예상할 수 없는 시점에 보험금을 지급한다. 지급에 대비해 준비하는 비용을 보험부채라고 한다. 이 값을 정확히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 보험계약자가 중간에 보험을 해약하며 갑자기 환급금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보험이 보장하는 사고가 잦아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미래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어 계산도 어렵다.
이를 비교적 정확하게 계산하는 방법은 보험사가 갖고 있는 기존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보험을 계약한 고객의 특성을 반영할 수도 있다. 이전 통계가 많을수록 최선의 추정을 할 수 있다. 그래서 개별 보험사는 이전에 발생한 해지 건수와 손해 금액 등을 보고 손해율이나 해지율을 각자 자율적으로 계산해 왔다.
그런데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정한 산출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손해율과 해지율에 따라 현재 회계에 반영된 미래 비용인 보험부채와 미래 수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용과 이익이 조정되며 총수익에도 변화가 생겼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IFRS17이 도입되며 보험사 수익이 189%~782%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해지율이 현실보다 낮게 집계되어 보험계약마진이 부풀려지면 추후 문제가 커질 수 있다고 봤다. 가정한 해지율과 실제 해지율의 차이를 예실차라고 하는데, 이 예실차가 발생하면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이익이 줄어든다. 이것이 누적되면 미래 어느 시점의 이익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3가지 방안을 내놨다. 먼저 무‧저해지상품 해지율부터 제한한다. 무‧저해지상품은 납입기간 중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지만 특정 기간이 지나면 환급금이 늘어나는 상품이다. 그런데 여러 보험사는 기간이 지나며 늘어나는 환급금을 해지율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당국은 이 상품의 해지율을 계산하는 원칙모형을 정하고, 특별한 필요성을 상세하게 공시하도록 했다. 또한 집중점검을 거쳐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예외 모형 적용을 허락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사가 왜 이 모형을 선택했는지 특별한 합리성을 정말 명확히 제시할 때 예외가 가능하다”면서 “금융감독원은 예외 모형을 선택한 모든 회사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실하게 공시하면 제재를 할 수 있도록 IFRS17 주석 사항 개정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추가 해지 가능성도 해지율에 반영하도록 규제한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납입기간이 지나고 특정 기간이 되면 보너스를 부과하여 환급률이 높아지는 종신보험이다. 당국은 보너스 지급 시점에 환급금을 수령하려고 해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를 회계에 반영하지 않는 보험사가 많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30% 이상 추가해지를 가정하여 집계하도록 했다. 당국은 보너스가 없는 표준형 상품 11년차 해지율을 누적한 값보다 단기납 상품 해지율이 높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해율을 산출할 때는 연령을 반영하도록 한다. 금융당국은 여러 보험사가 보험부채를 계산할 때 연령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산업통계상 상해수술 손해율은 30대가 89%, 60대가 186%인데, 이런 차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경험통계가 충분한 보험사에는 직접 연령별 손해율을 산출하고, 통계가 부족하면 간접적으로 산출하여 반영하라고 주문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료에 이미 연령이 반영되어 있다”면서 “보험료를 잘 책정했다면 연령에 따라 손해율에 차이가 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령에 따라 손해율이 높아진 부분은 최초 보험료를 책정할 때 반영이 안 된 것이다. 추후 보험 부채를 부담할 때 넣어서 계산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연말 결산부터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단 손해율 가정은 회사 내 결산 시스템 수정 등 물리적 한계가 있는 경우 내년 1분기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