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예측이 쏟아진다. 한국도 이에 영향을 받아 강달러 기조로 인한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어려워지게 됐다.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던 차주들의 부담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7일 원달러 환율은 1401.1원으로 개장한 뒤 횡보를 이어가다 1396.2원으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야간 거래에서도 1404원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4월16일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한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의 재선 성공과 더불어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이 달러 강세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공약에 따라 감세를 비롯한 미국 재정지출, 성장 우위 및 금리 상승 현상이 일어날 경우 강달러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8년 전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당시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트럼프 후보가 처음 당선된 2016년 11월9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5원 오르며 1149.5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당선 이후에도 강달러와 불안정성이 동시에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정KPMG는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재정 지출 확대와 관세 인상 등에 따른 물가 상승,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과 안전자산 선호 등은 달러화 강세를 유발할 수 있다”며 “다만 트럼프 정부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압박하거나 일본 등에 대해 통화가치 인상을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에 노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물가 상승 압박이 큰 상황에서 고환율 상황이 지속된다면 물가를 안정시키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당초 한은은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미국이 추세적인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 시에도 원달러 환율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환율 상승이 수입 물가를 올려 국내 소비자물가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7일 ‘9월 국제수지(잠정)’를 발표하며 “최근 환율이 다시 1400원대까지 올라 실물경기에 주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환율이 많이 오르면 원유나 원자재를 수입할 때 수입이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400원대 원‧달러 환율이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잡힐 경우 추가 금리 인하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제약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달 한은의 기준금리의 동결을 예상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7일 “한은이 물가 오름세 완화, 가계부채 증가 폭 축소, 경기둔화 우려에도 10월 금리 인하 효과의 점검 필요성, 최근 높아진 외환시장 변동성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의 금리인하가 느려지게 된다면 가계의 대출금리 부담은 계속된다. 앞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10월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기준금리를 1회 낮추면 효과가 적고 연속적으로 몇 번 낮추면 그다음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인한 시장금리 하락 효과는 내년으로 넘어가게 된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로 인한 대출금리 상승 압박이 지속될 경우 대출금리 하락은 더 어려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금리 향방을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며 “대출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효과를 연내 체감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