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진행되는 김장봉사가 힘이 들지만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따듯한 정을 나눈다는 생각만 하면 시간가는 줄 모르겠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10일 오전 경기 포천시 소흘지구대 앞 마당에 마련된 이웃돕기 김장 봉사에서 만난 소흘읍자율방범대 김형택·김미경 남녀대장은 김치 속을 버무리다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지구대 앞에는 고무장갑과 앞치마 등으로 무장한 20여명의 중년 남녀 대원들이 모여 부지런히 김장을 하고 있었다. 최재성 지구대장, 유재현 소흘읍장 등 공무원들과 김재원 소흘농협조합장 등 지역주민들도 합세해 손을 보태는 모습이 마치 마을 잔치와도 같았다.
특히 백영현 포천시장의 배우자인 유연미 여사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이들과 함께 구슬 땀을 흘려 그 의미를 더했다.
소흘읍 자율방범대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봉사에 나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22년전 할머니와 함께 어렵게 지내는 한 학생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전해 듣고부터다.
물론 이들의 김장봉사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배추가 얼어 배추구하기 작전(?)에 나서거나 지원자가 줄어 발을 동동 구른 적도 부지기수다. 김장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밭 한켠을 얻어 무와 배추를 직접 재배하고, 모자라는 비용은 대원들의 성금을 모아 충당했다.
현재는 경기도자원봉사센터, 지구대, 지역농협 등에서 후원을 해줘 해마다 더 많은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만들어져 나눠진 김치만도 22년동안 무려 약 4100가구, 7만3800kg에 달한다.
김미경 여성대장은 "힘들게 봉사를 마치고 전달받은 곳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얘기를 전해들을 때 모든 피로가 녹는다"고 했다.
이날 만들어진 배추김치와 깍두기 1800kg은 소흘읍행정복지센터, 보건소, 지구대, 동남고등학교 등을 통해 선별된 100여 가구에 각각 나눠질 예정이다.
김형택 대장은 "바쁜 시간에도 나와 봉사에 참여해준 대원들, 후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안전한 지역을 만들어가는 것은 물론 따듯한 지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