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로 인해 연세의료원이 올해 상반기에만 1200억원이 넘는 의료수익 손실을 기록했다.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사업에 참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지속적인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진료 외 다양한 수익구조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19일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세의료원은 의정갈등이 시작된 올해 의료수익으로 상반기에만 1200억원이 넘는 손실이 예상된다”며 “의료 환경의 변화로 당장 의료이익은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이제 진료수익만으로는 미래의료를 준비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연세의료원은 연구기술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수익구조를 확대하고, 신의료기술과 신약 등 혁신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최상급종합병원으로 거듭날 방침이다. 금 원장은 “혁신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필수의료체계를 구축해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넘어 초고난도 질환을 치료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이라며 “혁신의료나 필수의료체계 도입 등을 위한 미래 발전 동력으로 진료 외 다양한 수익구조를 만들어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5월 희귀유전성 질환의 진단과 치료, 연구를 위해 임상유전과와 소아신경과 등 17개 진료과, 22명의 전문의가 참여한 ‘하남정밀의료클리닉’을 개소하고 정밀의료를 고도화했다. 국내 최초로 중입자 치료, 로봇 수술 등 신의료기술을 도입해 중증난치질환 치료도 강화했다. 지난해 가동을 시작한 중입자 치료의 경우 이달 초까지 전립선암 환자 378명을 비롯해 췌담도암 환자 45명, 간암 환자 6명, 폐암 환자 8명이 치료를 마쳤다. 내년 상반기 회전형 치료기를 추가로 가동하면 두경부암 등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치료 환자 수도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로봇 수술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존슨앤존슨과 차세대 수술 로봇, 디지털 수술 플랫폼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을 위해선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 구축 TF’를 구성해 의료원 산하 각 병원의 일반·단기병상 비중을 줄이고 있다. 금 원장은 “글로벌 임상연구를 주도하고 신의료기술 등 혁신의료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초고난도 중증질환자들이 세브란스에서 진료를 못 받는 상황이 없도록 시스템을 전면 개편할 예정”이라며 “TF를 중심으로 각 병원의 전문의 비율을 늘리고 입원전담전문의를 활성화하는 등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모금 활성화를 통해 나눔문화가 환자 치료와 연구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부금 운영체계도 손본다. 올해 환지 지원을 위해 33억7700여만원이 모였고, 연구기부금은 17억원이 넘는다. 금 원장은 “특허와 신의료기술 등 연구개발 기술을 통한 수익이 미래의료를 위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거액모금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료원은 의과대학을 연세대 알렌관 부지로 확장 이전할 계획이다. 신축 의대는 지하 6층부터 지상 7층으로, 연면적은 7만7815㎡다. 기존 의대 대비 실사용 면적이 50% 늘어나게 된다. 강의실은 토론식 수업을 위한 소형강의실과 임상실습을 대체할 트레이닝센터, 디지털정보센터 등이 들어선다. 여기에 융합연구와 글로벌 연구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융합연구공간도 조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의사과학자 양성과 융합연구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연세의대는 10여 년 전부터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학부와 대학원, 신진 교수를 대상으로 전주기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지난해까지 327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부족한 연구공간도 확충한다. 다른 분야와의 융합연구를 통한 기술 발전을 위해 연구동 건립도 계획 중이다. 지난 2023년 진행된 연구는 총 1090개로 2013년의 660개보다 1.7배 늘어났다. 연구비는 지난해 1650억원으로 2013년(710억원) 대비 2.3배 증가했다.
연세의료원은 영원무역과 함께 방글라데시에 의료기관과 교육기관을 망라한 메디컬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영원무역의 제안으로 지난 1월 기공식을 가진 메디컬센터는 오는 2026년 개원이 목표다. 100병상 규모의 파일럿병원과 5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의과대학과 간호대학 등이 들어선다.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는 지하 1층~지상 8층, 300병상 규모의 칭다오 세브란스 재활병원(가칭)이 내년 10월 개원한다. 재활의학과와 중증의학과, 내과, 외과 등으로 구성되며 컴퓨터단층촬영(CT)과 고압산소치료기, 로봇재활치료기 등 최신 장비를 구비할 예정이다.
금 원장은 “대한민국 의료가 정상화되고 우수한 의료 인력이 배출되기 위해 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의정사태를 정리해야 한다”면서 “우수한 인력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어 “의료기관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필수의료를 포함한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고, 필수의료 전문의 확보를 위해 의료사고특례법 재고 등 현실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병원에선 전기세가 많이 발생한다며 환자 진료를 위해 생기는 비용은 공적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 치료에 쓰이는 전기가 산업용 전기세가 아닌 일반용 전기세를 적용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연세의료원의 신촌지역 1년 전기세는 220억원이 넘는다. 금 원장은 “최신 의료장비의 경우 전기 사용량이 많아 전기세 부담이 크고, 의료기관의 카드 수수료는 2% 정도로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의료기관의 비용이 줄어들면 결국 그 혜택은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