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의 정치화’·‘정치의 사법화’ 누구의 책임인가 [데스크 창]

‘사법의 정치화’·‘정치의 사법화’ 누구의 책임인가 [데스크 창]

기사승인 2024-11-22 06:00:10

정치와 사법은 자유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두 축이다. 다만 그 성질은 엄연히 다르다. 정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조정한다면, 사법은 법적 구속력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가린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예상보다 무거운 형량이 선고되면서 ‘사법의 정치화’,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정치권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올 때마다 반복되는 논쟁이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의 행보는 이러한 우려를 더 키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신중한 수사 태도를 견지한 검찰이 야당 대표에 대해서는 과하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빡빡한 수사 행태와 기소를 보였다. 죄를 지었다면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검찰의 일관되지 않은 차별적인 태도는 국민들을 납득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검찰의 태도를 차지하고 작금의 상황은 누구의 탓일까. 사법의 정치화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에 깊숙이 들어온 법원의 탓일까. 아니다. 가장 큰 책임의 근원지는 아마 정치권일 것이다. 정치가 본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정치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지 정치는 스스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사법부에 옳고 그름을 따져 묻기 일쑤다.

고등학교 ‘정치와 법’ 교과서에는 정치를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고,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사회 질서를 확립하는 과정’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즉 첨예한 이해관계를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가는 과정·활동을 ‘정치’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을 대신한다는 국회는 특정 정당의 소속에 앞서 국민의 대변인이 되어야 한다. 국민 각각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선출한 권력인 의원들이 모인 만큼 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풀어내는 것이 정치인의 능력이고 덕목이 아니겠나. 능력 있는 정치인은 잘 싸우는 정치인도 화를 잘 내는 정치인도 아니다. 뛰어난 소통 능력으로 어려운 갈등을 풀어낼 실마리를 찾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정치의 본질이다. 

하지만 최근 국회는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첫 변론의 쟁점은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인지 아닌지 여부였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은 국회를 대표해 출석한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에게 ‘국회는 왜 1년간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또 9명 중 3명이 공석인 헌법재판관 후임 인선도 국회가 미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입법부인 국회가 직무 유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환치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대화가 되지 않아 할 수 없이 사법부를 찾았다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정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지 않는 한, 지금의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정권 유지와 교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정치가 가진 본질에 대한 성찰이다. 스스로 역할을 충실히 하지 않은 정치권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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