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만나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내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없이는 의료 시스템 붕괴를 막을 수 없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회의실에서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의협이 전공의 단체와 함께 정치권 간담회에 나선 것은 의정갈등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 종료 후 허 대표는 브리핑을 갖고 “진정한 의료개혁을 위해 함께해야 한다”며 “붕괴된 의료체계 위에 새로운 체계를 세워야 하고, 의료에 대한 소비 문화와 시선까지 바꿔야 하는 장기적 과제라는 얘기를 심도 있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의 목소리가 가려진 상황에서 ‘젊은 세대’란 키워드로 전공의를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는 의견도 나눴다”면서 “왜곡된 목소리에 끌려 다니지 않도록 소통의 창구로 개혁신당을 활용해달라고 (의료계에) 말씀드렸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회의와 관련해선 “어떤 답을 얻었는지 궁금하다”며 “모든 시작은 신뢰다. 말뿐인 정치에서 벗어나 실무적으로 의료 구조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접근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개혁신당과 의협 비대위, 대전협 비대위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3차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내년 증원 정원 모집 중단을 주장하는 의료계와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허 대표는 “용산(대통령실)에 묻고 싶다. 7500명의 학생들을 어떤 식으로 교육하려 하느냐”라며 “확실한 대안 없이 무작정 올해 12월까지 의료개혁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의구심이 생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출신인 이주영 의원은 2025학년도 입시는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고, 대신 2026학년도 정원부터 원점에서 논의하자는 정부 입장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황에서 정부는 숫자 얘기 외엔 대책을 전혀 내놓지 않고 있다”라며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은 5월 이전부터 있던 얘기다. 수능 시험이 치러졌는지 여부를 떠나서 그전부터 예상이 가능했고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향후 의협, 대전협이 정치권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의료계는 개혁신당뿐 아니라 그 외 정당과도 논의해야 한다. 그게 국민들을 위한 발전적 방향일 것”이라면서도 “정부와 정당들의 입장이 기존과 크게 바뀌지 않고, 정부 쪽 입장만 강변하는 것에 머무른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개혁신당은 앞으로도 의협, 대전협 등과 지속적인 대화를 갖을 예정이다. 허 대표는 “의사에 대해 특권층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불통한다는 프레임을 정치권에서 더 이상 쓰지 않았으면 한다”면서 “그동안 의협이 대통령, 장관, 여야 대표까지 만났는데 해결된 것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소통의 시작이 의료개혁을 주장하는 정부에게 메시지가 됐으면 한다”라며 “말로만 하는 개혁이 아니라 진심으로 현장에서 의료인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과 박단 비대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의대 증원 등 현 정부 정책으로 인해 대한민국 의료가 붕괴되고 있다. 2025년 의학 교육 역시 불가능하며 학생, 전공의 모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2025년 의대 모집 정지가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진정성 없이 책임 회피에 급급한 여야의정 협의체는 무의미하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3차 회의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개혁신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개혁신당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