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섰다.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에 주주환원을 통한 가치 제고 중요성이 예년보다 늘어난 영향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의 온전한 효과를 위해 소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유가증권시장 자사주 취득 공시 건수는 총 8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60건) 대비 20건 증가한 규모다. 자사주 취득 금액의 경우 지난해 3조1785억원(공시일 기준)에서 올해 10조9424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들어 자사주 취득을 늘렸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가 꼽힌다. 삼성전자는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먼저 내년 2월17일까지 3개월 동안 장내 매수 방식으로 보통주 5014만4628주, 기타주식 691만2036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이는 공시일 종가 기준으로 3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현대차는 주주환원을 위해 보통주 390만6545주, 기타주식 75만9323주를 취득하기로 공시했다. 이는 현대차 총 발행주식의 1.7%로 약 1조원 규모다. 현대차는 지난 8월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향후 3년간 4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기업 가운데 셀트리온, 네이버, 기아 등도 올해 자사주 취득을 공시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과 4월, 6월 각각 750억원, 10월과 11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밝혔다. 셀트리온이 올해 취득하는 자사주는 총 239만4031주, 금액으로는 공시일 기준 4250억원 규모다. 셀트리온은 올해 1월과 4월 총 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도 병행했다.
네이버는 발행주식의 1.5% 규모에 해당하는 234만7500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총 4011억원 규모로 연말까지 장내 매수해 전량 소각할 계획이다. 기아는 연초 보통주 568만8282주(5000억원) 취득 계획을 공시하고 지난 3월 완료했다. 취득주식은 3분기 누적 경영실적이 사업계획 목표치를 초과함에 따라 전량 소각했다.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증권사들도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계획을 공시했다. 키움증권이 공시일 기준 보통주 35만주(446억원), 미래에셋증권은 보통주 200만주(1366억원)·우선주 50만주(17억원), NH투자증권은 417만주(500억원)를 취득하기로 했다. 취득한 자사주는 최대 내년 3월까지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주요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증가는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주주환원 확대 필요성이 커진 영향이다. 또한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 주가 부양 목적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을 공시한 다음날 전 거래일 대비 5.98% 상승했다.
다만 투자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입의 주가 부양 효과를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소각 계획이 함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을 경우 시장에 다시 풀릴 수 있다는 투자자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또한 매입한 자사주가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사주 취득은 통상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 시장에 유통된 주식이 줄어들어 주당 가치 제고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특히 자사주 소각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를 높임과 동시에 투자심리 활성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