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예결위에서 단독 의결해 본회의에 넘겨진 ‘감액 예산안’이 우원식 국회의장의 ‘상정 보류’ 결단에 따라 일단 제동이 걸렸다. 예산안이 민생과 직결되는 만큼 무엇보다도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우 의장의 중재에도 여야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최종 협상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어 일주일간의 치열한 물밑 협상이 주목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날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올리려던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정했다. 대신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까지 여야가 합의해 내년도 예산안을 도출해달라고 당부했다.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예결위에서 수적 우위를 앞세워 여야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한 것이 국민적 시선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 의장은 이날 본회의 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않겠다. 여야 정당에 엄중히 요청한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1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이 재협상을 촉구했음에도 여야는 이날 본회의장에서 예산안을 두고 첨예하게 충돌했다. 국회 예결위 여당 간사인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대한민국 헌정사에 초유의 일이, 새로운 역사가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쓰여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여야 의원들이 예결위에서) 치열하게 논쟁했는데 불과 1~2시간 전 바뀌었다”며 “범죄자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서 하는 것 아니냐. 수정 동의안에 박정 예결위원장의 서명도 없었다. 누군가 미리 계획해서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예산안 처리의 법정 기한인 12월 2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는 많았으나 야당이 감액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이 주도해 의결한 감축 예산안은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국회 예결위 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정부는 마치 재해, 재난에 대응할 수 없도록 예비비를 삭감했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그동안 예비비는 정부가 아무리 써봐야 코로나 시국과 재난, 경제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는 1조3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밖에 집행하지 못했다. 내년 예산을 9000억원 이상 편성했다.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예결위 동안 전체 특활비, 특경비, 정보보안비, 안보비를 분석해 보니 정부 전체 예산안이 무려 2조1232억원이었다”며 “이 중 6대 권력기관이 쓰는 정보비는 2조200억원이 넘었고, 지출이 증빙되는 특경비를 제외하더라도 1조1000억원이 아무런 지출 증빙 없이 마구 쓰여졌다”고 꼬집었다.
예산안에 대해 여야가 강대강 기조를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여야가 최종적으론 협상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망하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여야 각 의원의 지역구 예산도 걸려 있는 만큼 재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감액만 한다는 것은 각 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손해이고 본인들의 실적이 없어지는 것이니 결국은 협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액안으로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의장이 준 기한인 10일은 넘길 수도 있을 거다. 매년 예산안 정국때마다 반복되는 대치 상황이지만 이번에 달라진 건 민주당이 감액안을 예결위에서 처리했다는 것인데 이건 강행 처리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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