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을 상대로 한 탄핵안 표결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회의 탄핵안 가결로 최 원장과 이 지검장 등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국회는 5일 오전 본회의에서 최 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재석 192명 중 찬성 188명, 반대 4명으로 처리했다. 이창수 지검장에 대해선 찬성 185표 반대 3표, 무효 4표가 나왔다. 조상훈·최재훈 검사 탄핵소추안은 각각 찬성 187표·186표로 가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탄핵안에 반발하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감사원장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직무가 정지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하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당초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의 여파로 감사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 추진을 보류하고, 윤 대통령 퇴진에 집중하겠단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여당이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진하자 방침을 급선회했다.
민주당은 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 사유로 △직무상 독립 지위 부정 △표적감사 △감사원장으로서의 의무 위반△국회에 자료 제출 거부 등을 언급했다. 민주당은 탄핵안에서 “피소추자는 올해 10월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대통령실·관저 이전과 관련된 회의록·자료 제출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했고 이후 올해 10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현장 검증 과정에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해 국회 국정감사의 정상적인 수행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지검장 등 검사 3인에 관해선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한 점을 탄핵 사유로 명시했다.

이들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탄핵소추 대상자의 직무 즉시 정지에 따른 후폭풍도 따라올 전망이다. 감사원의 경우 감사원장 자리가 공백이 된 가운데 조은석 감사위원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서울중앙지검도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창수 지검장 업무는 박승환 1차장이 맡고, 조상원 4차장 직무는 공봉숙 2차장과 이성식 3차장이 분담한다. 최재훈 부장 업무는 이승학 반부패수사3부장이 대행한다.
최 감사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회에서 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며 “정치적 탄핵 추진으로 국가 최고감사기구인 감사원의 독립성에 심대한 위해를 초래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감사원장의 직무가 일시 정지되더라도 헌법이 부여한 감사원 본연의 임무 수행에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사위원들의 지혜와 직원들의 열정이 집단지성을 이뤄 감사원의 헌법적 임무 수행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며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해 감사원이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여했다.
중앙지검도 주요 사건과 민생범죄 수사 마비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중앙지검은 이날 취재진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특정사건에 대한 봐주기 수사 등을 해 평등원칙과 정치적 중립 의무 등을 위반했다는 게 탄핵 사유인데, 아무리 소추안을 봐도 사건 처리에 대한 불복을 바라는 것일 뿐 헌법상 탄핵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탄핵소추권 남용으로 서울중앙지검의 지휘 체계가 무너짐으로 인해 국민의 생명·건강·재산 관련 민생범죄에 대한 수사 마비도 매우 우려된다”며 “엄중한 시기에 직무대행 체제에서 수사·재판 지연 등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각종 민생사건 등에 대한 수사·재판도 차질 없이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