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로 한국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안정대책에 단기간의 불안은 안정세에 접어든 모양새다. 다만 장기적으로 한국 정부 및 정치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도 하락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는 5일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 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계엄령 선포 직후인 지난 3일 F4 회의를 소집한 뒤 지난 4일부터 이날까지 3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당국 수장들은 금융·외환시장은 장 초반 변동성이 다소 확대된 모습을 보였으나, 정부의 시장안정조치 발표 이후 시간이 갈수록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에 대한 해소를 최대한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각 당국 수장들도 사태 진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오후 블룸버그TV에 출연해 ‘현재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는 질문에 “대통령이 계엄을 유지했다면 중요한 변수가 됐겠지만, 국회 요구를 받아들여 계엄이 해제된 상황”며 “이번 정치적 사건으로 경기 전망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정치테마주에 대한 정밀 분석을 주문했다. 이 원장은 5일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장변동성 확대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시장안정화 조치 발표, 양호한 외화유동성 사정 등으로 금융·외환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계엄령 선포 직후 요동쳤던 금융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1440원대까지 상승했던 원·달러 환율은 6일 기준 1410.9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증권시장도 소폭 하락에 그쳤다. 같은기간 코스닥은 전일대비 0.90% 하락한 2441.85에 장을 마쳤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스탠다드앤푸어스)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관해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가했다. S&P 킴엥 탄 전무는 나이스신용평가와 공동 개최한 언론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국의 현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의 측정 방식(메트릭스)을 변경하거나 등급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번 계엄령 사태가 한국 금융시장에 타격이 될 것이라는 지적들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코스피는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면서 “신용등급이 변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원화 약세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외국인의 한국 증시 회피 현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적인 원화 약세 압박은 한국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특히 한은이 5일 대대적인 단기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원화 약세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당국이 금융시장 안정을 약속했지만 최근 비슷한 이슈가 부각됐던 프랑스 케이스에 비춰 봤을 때 원화에 닥칠 비상계엄 후폭풍을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국내 신인도 하락이 달러-원 환율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펀더멘탈 약화 심화 속에 국내 신인도 하락에 따른 외국인 자금 및 국내 자금의 동반 이탈 현상이 달러-원 환율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