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나흘 앞두고 국민의힘을 겨냥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일 투표 불성립된 1차 탄핵소추안 이후 수많은 시민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탄핵 표결을 촉구하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 건물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탄핵 촉구 목소리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하고 오는 14일 오후 5시 본회의 표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많은 시민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무산된데, 분노를 숨기지 못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서울 거주 30대 강모씨는 “국민의 힘으로 뽑아 놓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의무를 방기한데 분노한다”고 말했다.
강씨는 “표결 당시 반대표를 던진다고 하더라도 (국회에) 들어갔어야 한다”며 “선거 때마다 우리에게 투표해달라고 그렇게 몇 날 며칠을 떠들고 시끄럽게 굴었으면서, 본인들은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의 의무는 완전히 포기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굉장히 실망감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20대 청년 김모씨는 “(정치권은) 우리에게 투표를 하라고 말하면서 그들은 투표를 하지 않았다. 이것이 대의 민주주의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표결 당일 국민의힘에서 표결을 막는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많은 뉴스가 쏟아지면서 너무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국회 인근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업주 A씨는 “계엄 이후 연말연시 잡혔던 모든 예약이 취소됐다. 정말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번 주말 집회 때 문을 열지 않았는데, 주변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날’만 장사가 됐다고 하더라. 이번 주 집회 당일에라도 문을 열 생각이다. 빨리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는 14일 2차 표결을 두곤 시민들의 기대와 불안감이 엇갈렸다. 김씨는 “국민의힘 내부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곤 있지만, 표결을 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는 마음이 크다”며 “만약 탄핵 가결이 되지 않거나 또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표결이 무산된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집회 현장에 나오겠다”고 했다.
이날 현장 근처에서 만난 50대 박모씨는 “한국 경제와 사회를 생각해 시끄러운 정국이 빨리 정리됐으면 좋겠다”며 “이번 주말에는 어떤 식으로든 끝이 났으면 좋겠는데, 한참 오래 가지 않을까 싶어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2차 투표를 앞두고 시민들의 분노는 국민의힘 개별 의원들의 지역 사무실로 번지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로 불참한 이후 시민들의 거센 항의도 이어지고 있다. 김재섭 의원 자택 앞에선 흉기가 발견돼 경찰이 신변조치에 나섰고, 성일종 신동욱 조정훈 의원 등 일부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에 비난 문구를 담은 근조화환이 배달되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국민의힘 의원의 표결 불참을 직무유기라고 맹비난했다. 도봉구 주민 유모씨는 “김재섭 의원이 민주당 지지 지역에서 이긴 이유는 지역을 잘 알고 당론과 상관없이 본인이 소신껏 민심을 살피며 정치하겠다고 호소했기 때문”이라며 “민심이 요동치는 이 시기에 구민과 국민을 배신한 행동이다. 소신껏 행동하지 않고 국힘 선배 의원에게 ‘나 어떡해’라고 말하는 행위 자체가 당론이나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는 국회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차 표결은 합리적인 보수와 깨어있는 보수가 자멸하지 않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본다”며 “내년에 여당에서 공천 받지 못해도 민심만 잘 헤아리면 무소속으로 나와도 국민은 뽑아줄 것. ‘어차피 국민은 무소속으로 나와줘도 찍어준다’는 한 의원의 말은 이럴 때 쓰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세진 시민들의 목소리에 7일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 때 반대 당론을 정했던 여권의 단일대오가 무너지는 분위기다. 김재섭 의원이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석해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히면서, 찬성하는 여당 국회의원은 안철수·김예지·김상욱·조경태 의원에 이어 5명으로 늘었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2차 대통령 탄핵안은 범야권 192명에 더해 국민의힘에서 8명이 찬성하면 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