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 장기화로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 중심 업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인 강달러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인 1500원 선을 연내 돌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상 고환율은 수출 중심 산업들에 일정 부분 매출 증대에 기여해왔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현대자동차는 총 313만200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2008년) 대비 12% 증가한 수치다. 당시 자동차 수출은 젼년(2008년)보다 23.6% 감소한 205만대에 그쳤지만 고환율 효과로 상쇄했다.
달러로 선박 건조 대금이나 운임을 받는 조선해운업도 슈퍼사이클(초호황기)과 고환율이 겹쳐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인 LG에너지솔루션도 강달러로 인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 장기화 시 원자재값 상승 및 달러 지불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현대차는 4개의 신차 출시와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적극적으로 광고했다. 당시 개별소비세 30% 인하 조치로 국내 자동차 내수 판매가 증가했다”며 “현재는 완성차 제조사가 앞다퉈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데 캐즘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원화 약세로 해외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고,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 효과도 얻을 수 있다”면서도 “원화 가치 약세가 원자재 재계약 시점에도 이어지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도 “액화천연가스(LNG)선의 화물창, 압축기 등 주요 기자재는 수입에 의존한다. 환율이 업황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면 수출 품목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경쟁력이 약해진다”며 “환율 상승은 단기 수혜와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