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갈렸던 4대은행장 인사…‘영업·수습’ 주안점

희비 갈렸던 4대은행장 인사…‘영업·수습’ 주안점

기사승인 2024-12-14 06:00:07
(사진 왼쪽 위부터)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후보,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   각사 제공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의 연말 정기인사가 단행됐다. 유일하게 신한은행장만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KB, 하나, 우리는 새로운 은행장을 맞이하게 됐다. 올해는 횡령과 배임 등 금융사고로 얼룩진 조직 쇄신을 위해 ‘파격’에 가까운 인사가 단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영업통 은행장들을 전면에 배치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은행장 인사가 모두 끝났다. 지난 11월27일 국민은행장을 시작으로 같은달 29일 우리은행장, 12월5일 신한은행장, 12월12일 하나은행장의 내정이 완료됐다.

정상혁 신한은행장 ‘무결점 경영’에 파격 2년 임기 보장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은 정상혁 신한은행장이다. 특히 정상혁 은행장은 우수한 경영성과에 힘입어 파격적으로 연임 임기 2년을 보장받았다. 신한은행은 통상 1년의 연임 임기를 부여해 왔다.

정 행장의 연임은 금융권에서도 예상했던 바다. 신한은행은 정 행장이 취임한 해 연간순이익 ‘3조 클럽’ 자리를 지킨데 이어 취임 2년차인 올해 상반기 KB국민은행을 제치고 ‘리딩뱅크’를 탈환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유일하게 해외법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고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정 행장은 신한은행을 이끌어나가는 기간 타 시중은행 대비 별다른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내부통제 역량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정 행장은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트래블로그 카드’ 열풍 주역, 하나은행 이끌어간다

반면 나머지 세 시중은행장들은 모두 교체됐다. 먼저 하나은행은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을 신임 은행장으로 맞이하게 됐다. 하나금융 임원추천후보위원회(임추위)는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금융환경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고 지속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고객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풍부한 현장 경험과 영업 노하우를 갖춘 이호성 후보를 적임자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임추위는 이 사장의 임기 기간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 카드’로 시장을 장악한 것을 고평가했다. 하나카드가 트래블 카드 사업으로 두각을 보이면서 신한카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등 여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들이 후발 주자로 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다. 사실상 하나카드가 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 셈이다.

트래블로그 흥행에 힘입어 올해 3분기 하나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188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4.8% 증가했다. 규모만 보면 4대 금융그룹 카드사 중 3위지만, 증가세는 △KB국민카드(36%) △우리카드(19.7%) △신한카드(17.8%) 등을 제친 압도적인 1위를 자랑했다.

최초의 계열사 CEO 출신 은행장…내부통제·해외법인 문제 풀어야

국민은행도 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이 차기 행장으로 추천되면서 사령탑이 교체됐다. 이 후보의 국민은행장 추천은 KB금융 내 계열사 CEO가 은행장이 된 최초 사례로 기록됐다. 취임 이후 그룹 내 보험업 활성화를 지속적으로 강조한 양 회장은 이 후보와 같이 보험사 대표라는 공통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환주 후보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 통합작업을 맡아 성공적인 합병을 이뤄낸 인물이다. 여기에 실적 부문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이 후보가 사장으로 취임한 첫해인 2023년 KB라이프생명은 2562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전년동기 대비 90% 이상 성장했다. 올해도 3분기까지 2768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으며, 같은기간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보험이 전체 그룹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를 넘어서는 등 그룹 내 핵심 자회사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다만 이 후보에게는 KB국민은행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민은행의 금융사고는 19건, 사고 규모는 655억8470만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국민은행의 사고금액 회수율은 0.7%대에 그쳐 5대 시중은행 중 회수율이 가장 낮은 상태다. 국민은행의 사고금액 회수율도 0.7%대에 그쳐 5대 시중은행 중 회수율이 가장 낮은 상태다.

금융사고 외에 해외법인 실적 개선도 풀어내야 하는 과제다. 특히 인도네시아 자회사 KB뱅크는 올해 3분기말 278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배기업지분 순손실은 1861억원 규모다.

금융사고 얼룩진 우리은행…‘기업금융 명가’ 타이틀 되찾을까

우리금융은 정진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추천하며 대규모 쇄신 작업에 들어갔다. 정 후보는 우리은행에서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치는 등 우리은행 내 영업통으로 꼽힌다. 실제로 정 후보는 차기은행장으로 추천된 후 첫 출근길에서 기업금융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정 후보가 이끌어갈 우리은행은 4대 은행 중 가장 풀어내야 할 난제가 많다. 시중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은 유일하게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잔액이 모두 감소했다. ‘기업명가 재건’을 슬로건으로 내건 우리은행이지만 중소기업 영업 경쟁력을 입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업에 주력하기 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로 드러난 내부통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부행장 정원을 23명에서 18명으로 대폭 줄였다. 과감한 세대교체에 나선 것이다. 내부통제 조직 역시 한층 고도화했다.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해 감독·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해 책무구조도 이행 등 책무관리 업무의 충실도를 높이기로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금융그룹은 올해 대내외적인 위기를 맞으면서, 고객과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만큼 새롭게 발탁된 경영진들이 조직에 변화와 혁신의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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