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재무 건전성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판교 R&D센터를 4000억원에 처분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4년 12월 준공한 판교 R&D 센터를 매각한다.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판교R&D센터는 약 2257평 부지에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다.
이번 계약은 매각 후 재임대하는 ‘Sales & Lease Back’ 방식이며, 거래 상대방은 위탁관리 부동산 투자회사인 이지스롱웨일 1호다. 삼성중공업은 임대 전환으로 판교 사업장을 계속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미래 경쟁력 강화 및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판교 R&D 센터의 매각은 지난 2018년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지난 2016년 5월 약 1조4500억원 규모의 경영개선 계획을 위해 삼성중공업은 판교 R&D 센터 매각 의사를 밝혔지만 2018년 철회했다. 매각 계획 철회 후 2016년~2018년까지 인력을 40% 감축했다. 이는 당시 조선 3사 중 최대 규모였는데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임금과 후생 복지도 대폭 삭감했다.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은 삼성중공업의 부채비율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중공업의 누적 손실은 5조7000억원대를 기록했다.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LNG운반선 및 FLNG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매출 증가로 2023년 영업이익 23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 9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은 올해 매출액 약 9조7000억원을 예상하며 흑자를 예고했다. 이번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이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풀이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을 통해 자산을 현금화하고, R&D 센터의 사용은 계속할 수 있다”며 “연구개발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비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매각을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가능성도 암시했다.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매출 증가로 흑자 전환 중인 것을 감안해 암모니아, LNG 등 친환경 선박에 대한 실증 설비를 구축하고, 조선소 무인·자동화 등에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매각에 대해 “확보한 자금으로 친환경 선박, 자율운항 기술 등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판교 외에도 부산, 대덕에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매각을 결정한 판교 R&D 센터는 해양플랜트 톱사이드(원유 및 가스 처리설비) 공정 및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 연구에 집중해 왔다. 판교 R&D 센터는 화공공정연구실, 기계공정연구실 등 6개의 실험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