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들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윤 대통령 탄핵 가결 이후 국정 안정에 초점을 맞춘 더불어민주당은 협치를 약속하며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가능성을 보류했지만, 만일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즉각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은 야당이 지난달 28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 통과 직전인 13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들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바 있다.
한 대행은 오는 17일 열릴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들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증언감정법, 국회법, 양곡관리법 등에 대해서는 당초 여당이 강력히 반발해 거부권 행사를 요청해온 만큼, 이들 법안에 대한 결정은 비교적 부담이 적은 상황이다.
하지만 일반 내란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는 한 대행으로서 쉽사리 판단하기 어려운 지점으로 남아 있다. 지난 12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두 법안은 각각 12·3 비상계엄 사태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조사할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대행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인 데다,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할 경우 탄핵 정국 속에서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한 대행이 이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대행이 여당과 선을 긋는 모습으로 비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야당은 한 대행을 향해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권한대행 총리는 법률 거부권을 행사할 능동적 권한이 없다”고 압박했다. 전현희 최고위원 또한 “입법 거부권을 남용하는 것은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즉각 탄핵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며 강경 태도를 분명히 했다. 다른 관계자도 “거부권 행사는 윤석열 정부와의 결탁으로 비칠 수 있고, 정치가 다시 블랙홀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