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다크 앤 다커’를 둘러싼 법적 분쟁 1차전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법적으로 다툴 부분이 많고 이해관계도 첨예해 넥슨코리아와 아이언메이스가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19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법조계에서는 부정경쟁방지법과 게임의 특수성 등이 고려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63부(박찬석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넥슨이 아이언메이스에 제기한 영업비밀침해금지 청구 소송 4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넥슨은 자사 신규개발본부 ‘P3 프로젝트(P3)’에서 근무하던 최모 씨가 소스코드 등 데이터를 무단 유출해 만든 게임이 다크 앤 다커라는 입장이다. 4차 변론까지 마무리되며 선고만 남았다. 선고일은 2025년 2월13일이다.
넥슨과 아이언메이스는 주요 쟁점마다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넥슨 측은 다크 앤 다커에 포함된 핵심 요소들이 P3에 담겨있으며, 최씨 고유의 아이디어가 아닌 회사 연구개발(R&D)을 통해 나왔다는 주장이다. 두 게임의 장르가 같고, 최씨가 무단으로 자료를 유출해 활용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아이언메이스는 최씨의 아이디어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며, 장르가 다르다는 입장이다. 최씨가 개인서버에 자료를 올린 것 역시 의도적으로 부적절한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닌 코로나19라는 상황적 요건 때문이었다는 주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저작권보다는 부정경쟁 방지에 초점을 맞춘 판결이 나올 거라는 예측이다. 성수민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권을 보유하려면 완성된 저작물이어야 하므로 해당 법으로는 판단이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넥슨이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신청은 비록 기각됐지만, 부정경쟁행위 부분에 해당될 정황이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사례가 있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는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철우 변호사 역시 “그간 판례를 생각해봤을 때, 게임 자체를 온전한 저작물로 판단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부정경쟁방지법 상에서 무단도용 등에 초점을 맞출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증인신문 자체보다는 객관적 자료나 경찰 수사결과 등에 집중한 종합적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증인 역시 각 조직에 소속된 만큼 이해관계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취지다.
이 변호사는 “부정경쟁방지법으로 흐른다면 게임 내 에셋별로 따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되는 에셋만 수정해 게임이 새롭게 나올 수 있으므로 법원 판결 이후에도 분쟁이 완전히 종식되긴 어려울 듯하다”고 내다봤다.
다크 앤 다커 분쟁은 파급 효과가 큰 만큼 주목도가 높다. 하나의 게임을 출시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된다. 게임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가 다시 시작해 출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어떤 부분을, 어느 범위까지 저작물로 인정해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하다. 이번 판결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게임산업에 미칠 영향도 크다. 세세한 법적 판단이 오히려 독창적인 게임 개발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게임은 다른 저작물과 달리 특수성이 있다”며 “기존에 있던 걸 변형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 수 있어서다. 기존 게임의 권리를 넓게 인정하면 새로운 게임이 나오기 어렵고 산업 발전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