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한대행은 이날 주재한 임시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등 4개 농업 관련 법안과 국회법·국회 증언감정법개정안 등 2개 국회 관련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6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양곡법을 포함한 6개 법안을 재의 요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한 대행은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농업 4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농업농촌의 발전과 농업인들의 소득을 보장하고자 하는 국회의 입법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이 법들이 시행되면 시장기능을 왜곡해 쌀 등 특정 품목의 공급과잉이 우려되며, 막대한 재정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난피해 지원 및 보험의 기본 원칙과도 맞지 않아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 권한대행은 특히 양곡법 개정안에 담긴 ‘양곡가격 안정제’에 대해 “고질적인 쌀 공급과잉 구조를 고착화하여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의 한정된 재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쌀 의무매입 제도와 양곡가격안정제 시행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된다면 스마트팜 확대, 청년 농업인 육성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농업농촌 투자를 매우 어렵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안법에 대해선 “채소, 과일 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이하로 하락했을 때 정부가 생산자에게 차액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개정안 또한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대해선 “농어업분야에서 재해 발생 시 피해를 입은 시설의 복구 및 피해 주민의 생계 안정을 위한 지원을 넘어서 재해 이전 생산에 투입된 비용까지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농어업재해보험법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여 농어업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보험료율을 할증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며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할증 적용에서 배제하는 것은 보험료가 재해위험도에 비례해야 한다는 보험의 기본 원칙에도 반한다. 재해위험도가 상이한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한 기본료율이 적용되어 가입자 간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기한(12월 2일)에 구속받지 않고 예산심사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헌법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증언·감정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동행명령 제도를 중요 안건심사와 청문회까지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원칙과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기업들도 핵심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모두를 위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한다”며 “재의 요구하는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