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가 그리 오래전이 아닌 것 같은데 최근에는 ‘공시족 열풍’ 대신 ‘공무원 퇴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20-30대 청년 공무원들의 퇴직이 급증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사혁신처 자료를 근거로 한 최근 공무원 퇴직 현황을 요약하면 이렇다. 재직기간 1년 미만 공무원의 일반 퇴직자가 2014년부터 2023년까지 9년 사이 무려 5.6배 급증했고, 1년 이상 3년 이하 퇴직자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20-30대 퇴직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태백시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5년간 공무원 퇴직 현황을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전국의 평균적인 상황과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심각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의원면직자는 109명이다. 2020년 16명에서 2021년 23명, 2022년 24명, 2023년 28명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3년 28명은 2020년 16명에 비해 무려 79.8% 증가한 것이다.
이를 직급별로 보면 서기보(9급) 50명, 서기(8급) 37명, 주사보(7급) 14명, 주사(6급) 1명, 임기제 4명, 지도사 3명 등이다. 9급이 45.9%으로 거의 절반이고 8급까지 합하면 79.8%에 이른다. 의원면직자 열 명 중 여덟 명이 8‧9급인 것이다.
재직기간별로 보면 1년 미만이 32명으로 29.4%이고 3년 미만은 70명으로 64.2%다. 세 명 중 한 명은 1년도 안 되었고 세 명 중 두 명은 3년 미만이라는 말이다.
종합하면 의원면직자 중 3년 미만의 8‧9급 공무원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 시‧군은 어떨까? 강원도 내 타 시‧군과 비교해보았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20-30대 공무원 의원면직자가 가장 많은 곳은 원주시로 99명이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곳이 놀랍게도 태백시로 72명이다. 공무원 수는 태백시가 18개 시‧군 중 열 번째로 많은데 20-30대 공무원의 의원면직자 수는 두 번째인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를 공무원 정원 대비 비율로 계산했을 때이다. 태백시가 압도적 1위인 것이다. 의원면직자가 가장 많은 원주시 99명은 정원 1,919명의 5.2%인데 태백시 72명은 정원 689명의 10.4%다. 원주시의 두 배다. 두 번째로 비율이 높은 곳이 속초시‧평창군‧정선군의 6.3%보다는 4.1%, 강원도 평균 3.4%보다는 세배가 높다.
왜 20-30대 공무원 퇴직이 유독 태백시에 많은 것일까?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꼽는 최근의 20-30대 저연차 공무원 퇴직 급증의 원인은 네 가지 정도다.
첫째, 9급 공무원 초임 월급이 세금을 제하면 200만원이 안 될 정도로 낮은 급여, 둘째 최근 공무원들이 잇달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심각한 악성민원, 셋째, 연공서열에 따른 권위적인 조직문화, 넷째, 잘못된 관행 등이다.
태백시 20-30대 공무원들의 퇴직 원인도 아마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타 시‧군의 두세 배가 넘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안 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실태파악이다. 태백시만의 독특한 공직문화나 잘못된 관행 또는 다른 무엇이 있는지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 철저한 실태파악을 위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자체조사가 아닌 외부조사여야 한다는 것, 둘째 퇴직한 젊은 공무원들의 입장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태를 파악한 후 그에 상응하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외부전문가가 포함된 TF 구성도 생각해야 한다. 불합리하고 잘못된 조직문화나 관행은 과감하게 개혁하고 젊은 공무원들의 줄퇴직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태백시는 젊은 공무원의 퇴직을 막기 위해 신규 공무원 전출 제한 5년 단축, 민원상담실 설치, 5년 이상 10년 미만 공무원의 장기재직휴가 등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보다 더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 4.5일 근무제, 민원담당 공무원 특별휴가, 생일휴가, 결혼기념일 휴가 등 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다양한 대책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저연차 공무원들의 퇴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은 고스란히 팀장, 과장 등 남은 직원들의 몫이 된다. 자신들의 고유업무에 더해 퇴직한 직원의 업무까지 떠안아야 하니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들이 가중된 업무로 건강을 해치거나 사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특히 효율적인 업무분장과 사기 진작을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젊은 공무원들의 줄퇴직은 대단히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다. 장기화되면 공직체계가 무너지고 행정공백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제도와 낡은 관행을 개선하지 못하면 이런 흐름을 막지 못할 것이다. 태백시의 특단의 대책을 기대한다.
홍지영 강원 태백시의회 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