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노출 상장지수펀드(ETF)가 투자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강(强)달러 현상 심화로 원화 약세 현상이 가속화한 점에 기인한다. 거시경제 환경에 큰 변수가 없는 이상 이런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환노출 ETF 선호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글로벌 대표 성장주인 테슬라에 높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상품인 TIGER 테슬라채권혼합Fn ETF는 14.9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나스닥100 지수에 투자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과 RISE 미국나스닥100 ETF도 각각 9.95%, 9.94% 올랐다. 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 ETF도 5.80% 상승했다. 이들 상품은 모두 환노출 ETF로 분류된다.
반면 같은 지수를 추종하지만, 환노출을 없앤 환헤지 ETF 수익률은 엇갈렸다. 같은 기간 KODEX 미국S&P500(H) ETF 수익률은 0.82%에 불과했다. KOSEF 미국나스닥100(H)와 KODEX 미국나스닥100(H)도 각각 4.79%, 4.7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ETF 명칭 끝에 ‘(H)’가 붙으면 환헤지 상품으로 분류된다. 같은 지수를 추종해도 수익률이 최소 2배 가량 차이나고 있다.
수익률이 엇갈린 이유는 외환시세 변동성 때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대내외적 리스크 심화로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 현상이 급격히 증가한 탓이다. 이에 환차익에 따른 이득이나 손해에 노출될 가능성을 보유한 환노출 ETF 상품이 더 큰 수익성을 선보이는 것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2원 내린 1455.2원에 개장한 뒤 상승폭을 확대해 1464.8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13일 이후 15년9개월만의 최고점이다.
금융권은 고환율 현상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이 미 연준 통화정책 기대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미 대선 전후 정책 불확실성 증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 영향으로 상반기 대비 높은 수준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짚었다. 한은은 아울러 현재 금리 인하 국면에서 환율상승과 변동성 확대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투자업계는 단순히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환노출 ETF 투자에 진입하기보다 환헤지 상품을 페어링하는 조합 투자 방식으로 위험성을 낮추라고 조언하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환율이 치솟는 현상은 한국 시장 상황에 정치·경제 불확실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영향이다”며 “당분간 불확실성이 특별히 개선되지 않으면 당연히 환율은 어느 정도 강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당국 개입 부분도 남아있기 때문에 무조건 상승세로 간다고 전망하긴 어렵다”면서 “보통 대표 지수를 추종 ETF 상품은 환노출과 환헤지 조합이 함께 존재한다. 환율에 대한 변화가 부담스럽거나 걱정된다면 두 상품을 적절히 섞어 리스크를 상쇄하는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