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리스크에 ‘1480원’ 넘어선 원·달러 환율, “더 오른다”

정치 리스크에 ‘1480원’ 넘어선 원·달러 환율, “더 오른다”

원·달러 환율, 27일 주간거래 장중 ‘1486.70원’ 연고점 경신
韓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안 가결, 대외신인도 타격 불가피
채권시장 전문가 내달 환율 상승 무게, ‘1500’원 돌파 우려도

기사승인 2024-12-28 06:00:05
지난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경. 연합뉴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심화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80원선을 돌파하는 등 연고점을 경신하고 있다. 고환율 현상은 단기 리스크가 아닌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직전 거래일 대비 2.7원 오른 1467.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규장 시작가와 동일한 가격이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점을 연일 경신하는 상황이다.

개장 직후 급격한 오름세를 보인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15분께 1470원선을 돌파했다. 이후 상승폭을 확대하면서 1486.70원을 기록해 장중 연고점을 새로 썼다. 다만 오후 들어 외환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세 움직임에 상승 폭이 일부 축소됐다.

앞서 한국은행은 24일 금융안정보고서 발표를 통해 환율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면서 리스크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환율이 가파르게 변동할 때 금융회사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스무딩오퍼레이션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는 이유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심화 여파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 통과 등 정치적 리스크에 환율이 요동친 바 있다. 특히 이같은 리스크는 잦아들지 않고 대통령 권한대행인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전날 가결되면서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 자리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어받게 됐다. 그러나 정치적 불확실성 여파는 종식되기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권한대행 탄핵이라는 전례가 생겼기 때문에 최 부총리도 야당 탄핵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행정부의 흔들림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대외신인도까지 또다시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최 부총리도 전날 오전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를 마친 이후 “국가적 비상상황 속에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우리 경제와 민생은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를 감당할 수 없다”며 “권한대행 체제에서 겨우 안정된 경제시스템과 대외신인도가 또다시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정치적 리스크 외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 조정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25%p 내리면서 내년 금리 인하 예상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정책 금리의 추가적인 조정을 고려할 때 더 신중을 기할 수 있다”고 밝히며 매파적 스탠스를 강조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내년 통화정책 불확실성 심화에 안전자산인 달러로의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위험선호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순매도세가 커스터디(금융자산 보관) 매수세를 자극하면서 환율 상승을 뒷받침할 것이다.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500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국내 다수의 채권전문가들 역시 원·달러 환율 상승에 무게를 뒀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5년 1월 채권시장지표’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39%가 다음달 환율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달 집계된 21% 대비 18%p 늘어난 수치다. 환율하락 응답자는 5%로 전월(31%) 대비 26%p 급감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환율 관련 채권시장 심리(환율 BMSI)는 전월 110.0에서 66.0으로 감소해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미 연준의 매파적 금리인하 기조 등 달러 강세 요인과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원화 약세 요인이 더해져 1월 환율 상승 응답자가 전월 대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환당국 환시 개입과 국민연금의 환 헤지 경계감이 환율 상단을 일부 제약하고 있지만, 시장 안정화 조치는 환율의 추세를 바꿀 수 없다”며 “트럼프 집권 2기를 앞두고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압박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외환당국의 환율 개입 부담도 커질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내년 원·달러 환율 경로는 상고하저 움직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원화의 대내외 취약성과 미국 예외주의 지속, 무역분쟁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시점은 다소 지연될 수 있어 보인다”며 “미 달러에 대한 롱심리가 유지되는 동안 환율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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