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27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결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로 국정이 운영된 지 13일만에 다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표결, 재석의원 192명 중 찬성 192표로 가결했다. 야당 의원 중에서는 개인 사유로 미국으로 출국한 김문수 의원이 빠졌으며, 여당 의원 중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만 유일하게 투표에 참여했다. 같은 당 김상욱 의원은 투표하지 않고 본회의장에 남아 개표까지 지켜봤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 사유로 △대통령과 그 배우자의 범죄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 거부 △윤석열의 비상계엄 관련 위헌·위법 행위와 내란 행위의 공모 또는 묵인과 방조 등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 운영 체제와 헌법 및 법률 위배 △내란 상설특검 임명 절차 이행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를 적시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안 표결에 앞서 한 권한대행에 의결 정족수를 국무총리 탄핵 기준인 재적의원 과반(151명)이라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이 안건은 국무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안”이라며 “헌법 제65조 2항에 따라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한 대행 탄핵안과 관련해 가결 정족수를 놓고 이견을 빚어왔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안 가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을 민주당은 국무총리 탄핵안 가결 정족수인 ‘재적의원 과반(151석)’을 주장했다. 가결 정족수 기준을 놓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우 의장은 국회법 제10조에 따른 ‘의사정리권’을 근거로 가결 정족수 기준을 결정했다.
아수라장 된 본회의장…차기 권한대행은 최상목
우 의장의 발언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석 앞에 몰려가 “원천무효”, “의장사퇴”, “직권남용”이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고 단체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다만 조경태 의원은 다시 본회의장으로 들어와 투표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에 이어 한 권한대행 국무총리까지 탄핵소추 돼 직무가 정지되면서, 국정의 ‘키’는 국무위원 서열 3순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헌법 제71조에 따르면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국무총리나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대로 그 권한이 대행된다. 정부조직법상 대통령직 권한대행은 총리 다음으로 기획재정부 장관, 교육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외교부 장관 등의 순으로 승계된다.
한 권한대행이 이날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전달받으면 권한대행의 직무가 정지되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국무총리 권한대행을 맡는다. 최 부총리는 ‘쌍특검법’ 공포 또는 거부권 행사, 헌법재판관 임명이라는 숙제도 그대로 떠안게 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따라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한 권한대행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탄핵 심판과 별개로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에 대한 가결 요건 기준을 놓고 논란이 있어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우 의장이 한 대행 탄핵소추 의결정족수를 총리 기준(151명 이상 찬성)으로 적용한 것은 불합리하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청구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겠다”며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