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가족·지인들에 하염없이 눈물만…광주분향소 ‘애도 물결’

떠난 가족·지인들에 하염없이 눈물만…광주분향소 ‘애도 물결’

광주 5.18 민주광장 ‘합동분향소’ 현장
이어지는 추모 발길…절하고 묵념하는 시민들
“사고 원인 명확히 밝히고 유가족 지원 제대로 해야”

기사승인 2024-12-30 14:16:22
30일 오전 전남 광주 5.18 민주광장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국화꽃다발 두 개를 들고 홀로 찾아온 박서은(16세·여)양은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분향소 앞에서 한참 동안 묵념했다. 꽃다발 하나는 분향소에, 하나는 친구의 집이나 구청 앞에 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사진=박선혜 기자

“여행 잘 다녀오라는 말도 못했어요. 그제라도 연락했으면 목소리는 들었을텐데….”(박서은·16세)

“친구가 부모님을 잃었어요. 혹시라도 분향소에 있지 않을까 하고 왔는데, 어디선가 혼자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것 같아 걱정돼요.” (김지우·19세)

30일 오전 전남 광주 5.18 민주광장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친구, 친구의 부모님, 가족의 지인 등을 잃은 추모객들의 눈물과 흐느낌이 분향소 안을 메웠다. 

국화꽃다발 두 개를 들고 홀로 찾아온 박서은(16세·여) 양은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분향소 앞에서 한참 동안 묵념했다. 박 양은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라 같은 학교와 학원을 다녔던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다고 했다. 꽃다발 하나는 분향소에, 하나는 친구의 집이나 구청 앞에 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박 양은 “동네 어디를 가든 친구 생각이 나서 너무 힘들다”며 “여행 잘 다녀오라는 인사도 못했는데, 그제 전화를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진상규명을 확실히 하고 유가족을 제대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30일 오전 전남 광주 5.18 민주광장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추모객들이 작성한 방명록에 희생자, 유가족을 기리는 내용이 적혀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교복 차림의 김지우(19세·남) 군은 분향소 주변을 계속 서성였다. 누군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김 군은 “친구의 어머님이 사고 비행기에 탔다고 들었다”며 “분향소에 친구가 있을까 해서 위로해 주려고 찾아왔다. 어디선가 혼자 마음을 추스르고 있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임태문(72세·남) 씨는 며느리를 대신해 분향소로 발걸음을 했다. 임 씨는 “우리 며느리의 오빠 부부가 여객기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 40대의 젊은 의사 부부였다”며 “며느리는 말도 못하고 한숨도 못 자고 있다. 그 심정을 누가 헤아릴 수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임 씨는 “아직 사망자 신원을 다 알아내지 못했다고 하는데 마음이 먹먹하다”면서 “유가족을 위해서라도 사고 원인을 빨리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30일 오전 전남 광주 5.18 민주광장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아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시민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아이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있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이민아(33세·여) 씨는 “내년 2월 부모님 여행을 예약해 뒀는데, 비행기가 무안공항에서 출발할 예정이다”라며 “이번 사고가 난 뒤 내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무서웠다”고 울먹였다. 이 씨는 “사고 여객기에 아기도 타고 있었다고 들었다. 우는 아이와 아이를 달래는 부모의 모습이 그려져 눈물이 앞을 가렸다”면서 “정부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명확하게 알아내서 우리 아이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여행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부산에 거주하는 김기태(45세·남) 씨는 광주 여행을 하던 도중 사고 소식을 접했다고 했다. 김 씨는 “거리도 멀고 이곳에 친척도 없지만 굉장히 마음이 아팠다. 목포로 떠나기 전에 추모를 위해 분향소에 들렀다”며 “사고가 하루 빨리 정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생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에서 광주로 여행을 온 최예림(30세·여)씨는 “처음에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땐 생존자가 많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특히 광주 분들이 많다고 해서 분향소를 찾았다”며 “마음이 너무 무겁다. 기기 결함이든 새 때문이든 항공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30일 오전 전남 광주 5.18 민주광장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이날 분향소에는 광주시의회 의원들과 광주광역시 관계자들도 찾아와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사진=박선혜 기자

이날 분향소에는 광주시의회 의원들과 광주광역시 관계자들도 찾아와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신수정 광주광역시의회 의원은 “아직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시의회 차원에서도 입장을 내고 조속히 규명되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시 차원에서 꾸린 대책본부에 시의회가 함께 참석해 내용을 공유하고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29일 오전 9시경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경위는 공식으로 밝혀진 것이 없으며, 탑승자 181명 중 사망자 179명, 생존자는 2명으로 집계됐다. 희생자 상당수는 광주·전남 지역에 거주하는 시민들이다. 81명은 광주, 76명은 목포, 화순 등 전남 거주자로 확인됐다.

30일 오전 전남 광주 5.18 민주광장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합동 분향소’가 마련됐다. 한 시민이 희생자를 애도하며 절을 하고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광주= 박선혜 기자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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