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마저…내년 ‘험로’ 예고된 철강업계, 돌파구는 [2024 결산]

환율마저…내년 ‘험로’ 예고된 철강업계, 돌파구는 [2024 결산]

- 중국산 유입↑·韓 철강 부진 심화…가동 중단
- 환율 1500원 전망…원료비 부담 가중 우려도
- 각 사 구매본부 강화…비용 관리 통한 효율 제고

기사승인 2024-12-31 06:00:08
포스코 광양제철소 고로 전경. 연합뉴스 

올해 국내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 등 여파로 긴 터널을 지나왔다. 주요 철강사는 경영 효율화 등 보릿고개 속 내년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지만, 치솟는 환율 급등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한 내년 업황도 불투명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3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철강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약 2조3978억원으로 전년 대비 45.3% 감소했다. 

3분기 기준 공장 가동률 역시 △포스코 85%(전년 3분기比 -2.6%p) △현대제철 84.2%(-4.3%p) △동국제강 봉형강·후판공정 각각 77.4%(-9.5%p)·63.8%(-2.9%)를 기록하며 최근 3년 새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몇 년째 이어져 온 중국발(發) 저가 공세가 올해 정점을 찍는 모습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중국의 누적 철강 생산량은 8억5000만톤으로, 2위 인도(1억2300만톤), 일본(7000만톤), 미국(6600만톤), 러시아(5900만톤), 한국(5300만톤)을 합친 것보다 많다. 11월과 12월을 포함하면 연간 10억만톤 돌파가 유력하다.

그간 내수용으로 철강을 생산해 온 중국은 경기 부양을 목표로 생산설비 증설 및 생산량을 늘렸으나,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되지 못한 철강재가 저가에 해외로 대거 수출됐다. 실제 올 10월까지 국내에 수입된 값싼 중국산 철강재는 753만5041톤으로, 전체 수입량 1243만6478톤의 60.6%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국내 철강사들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자 공장도 문을 닫았다. 올 하반기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현대제철은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여기에 환율마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30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73원을 기록하며 세계금융위기 이후 15년9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달러 강세 속 이달 초 비상계엄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커진 영향인데, 추가 탄핵 등 가능성에 따라 1500원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철광석 등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하는 철강업계에는 또 다른 악재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를 기준으로 환율이 10% 오르면 세전손익이 6166억원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 1289원대에서 출발한 환율은 현재까지 14%가량 올랐다.

자국우선주의를 주창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철강 등 해외기업에 대한 ‘관세 폭탄’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같은 불황 지속으로 철강업계는 내년도 사업계획을 조정하는 등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본부제를 도입해 의사결정단계를 간소화하고, 분산돼 있는 본부를 하나로 통합하거나 신사업 등 성장동력 부문에 추진반을 신설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위한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또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유경 포스코홀딩스 경영지원팀장(전무)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으로 선임하는 등 원가·비용 관리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이유경 신임 부사장은 포스코그룹 최초의 ‘여성 부사장’이기도 하다.

현대제철 역시 원전·방산 관련 철강재 공급을 확대함과 동시에 조직 개편을 통해 각 사업본부에 있던 구매 조직을 통합해 구매본부를 신설했으며, 동국제강그룹도 구매실(동국씨엠)과 마케팅실(동국제강)을 신설했다. 특히 기존 동국제강 구매실장을 담당하고 있던 ‘오너 4세’ 장선익 동국제강 전무에게 동국씨엠 구매실장 보직도 맡겨 비용 관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다만 현재 업황이 글로벌 경기에 워낙 큰 영향을 받고 있어 이러한 자구 노력이 반등의 발판까지 이어지기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탄핵 정국 속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고, 트럼프 체제가 본격 시작되면 보편 관세 도입 등에 따른 대미(大美) 수출 감소 우려도 제기된다”면서 “중국발 공급 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위기 상황을 버티기 위한 긴축 경영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의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개선 시기가 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체제,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환율 급등 등 여파로 수익성 회복 폭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물론 아직 중국의 철강 수요에 대한 강한 회복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지난 11월 중국 부동산 판매면적이 2021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상승하는 등 향후 중국 경기부양책에 따른 철강 수요 개선 기대감이 상존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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