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올해 해외 생산기지와 수출 전용공장 강화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K-푸드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라면’부터 만두, 제빵 공장까지 각 분야에서 해외 생산기지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식품업계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농식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한 90억5000만달러(약 13조2745억원)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15개월 연속 증가한 수치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이처럼 해외에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지 생산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불확실성 위기를 타파하고 물류비용 부담 축소, 외국인의 접근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이날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은 미국 텍사스주에 공장 후보지를 정하고 제빵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지방 정부와 투자 계획 및 지원금에 대해 최종 조율 중이다. 이르면 이달 중 협의가 마무리 된다. 공장은 투자 금액 약 2363억원으로 토지 넓이 약 15만㎡(4만5000평)로 SPC그룹의 최대 해외 생산 시설이 될 전망이다.
SPC 관계자는 “미국 제빵 공장은 파리바게뜨 매장이 확산 중인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해 향후 진출 예정인 중남미 지역까지 베이커리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생산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오뚜기에 이어 ‘라면 3사’ 중 하나인 삼양식품도 첫 해외 생산기지를 건설한다. 식품업계 첫 ‘7억불 수출탑’을 수상한 삼양식품은 2014억원을 투입해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예상 준공일은 2027년 1월31일이다. 또 지난해 신설한 유럽법인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 확대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재 삼양식품의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약 78%다. 지금껏 국내 공장을 통해 물량을 공급했다. 삼양식품의 인도네시아, 유럽판매법인이 현지 시장에 안착하고 중국 공장까지 완공되면 글로벌 수요에 더욱 안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만두 등 아시아식품 확장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은 8000억원을 들여 유럽과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 헝가리 공장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 공장에 각각 1000억원, 7000억원이 투입된다. 헝가리 두나버르사니에 건설 중인 공장은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판매할 예정이다. 향후 헝가리를 거점으로 인근 폴란드와 체코, 슬로바키아 등 중·동부 유럽, 발칸반도 지역으로 진출해 유럽 사업 대형화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미국 공장은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식품 제조시설로 미국 중부 생산거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오는 2027년 완공이 목표다. CJ제일제당은 해당 공장을 통해 비비고 만두의 미국 내 점유율 1위(42%)를 견고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식품업계가 이처럼 해외 생산시설 확장에 나선 것은 국내 소비 부진이 지속되며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식품업체들은 대부분 경기 악화를 체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방학 등 시기적 요인으로 경기 전반이 활성화 된 3분기 종합경기지수 106을 기록한 외에 나머지 분기는 모두 소비패턴의 변화, 내수 부진 등으로 92~102 사이를 보였다. 지수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낮으면 악화, 100은 동일, 100보다 높으면 호전을 의미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전쟁 등으로 인한 유통물류비용 증가와 이상기후로 인한 원자재값 등을 이유로 국내에서는 사실상 가격 조정 외에는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며 “내수 시장은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외국인 관심이 큰 현재 업계 전반에서 발빠르게 해외에 공장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율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식품산업은 내수 시장보다 수출의 중요성이 더 커진 상황에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과 해외 생산기지 및 수출 전용공장을 강화하여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