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뉴스를 보면 심장이 떨려요. 당분간은 비행기 못 탈 것 같아요.”
티메프 사태와 12·3 계엄,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까지 거듭되는 악재에 여행업계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연말 특수 효과에 이어 1·2월 겨울방학 여행 수요까지 기대하기 어려워져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3일 여행사 등에 따르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국내 여행사들은 출발이 임박한 제주항공 노선 상품에 대해서는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제주항공에서 타 항공사로 변경하는 경우도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국가애도기간에 맞춰 여행상품 프로모션을 연기하는 등 모객도 소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여행업계는 힘든 길을 걸었다. 7월 있었던 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한 손실액을 아직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발생한 미정산 금액은 1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어 12월 계엄 선포 및 탄핵 정국으로 인해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여행심리가 얼어붙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 여객기 사고까지 이어져 국내 저가항공사 및 해외여행을 기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2월에 베트남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떠날까 고민했다는 박모(29·여)씨는 “부모님과 조부모님까지 같이 모시고 저가항공을 타는 동남아 패키지 여행을 이용하려고 했다”며 “그런데 이번 사고를 보니 저가항공 이용이 너무 부담스럽고, 부모님도 비행기 탑승 자체를 불안해하셔서 포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로 여행사 및 항공사에는 취소 예약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9일부터 30일 오후 1시까지 약 6만8000건의 취소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항공을 포함한 저가항공이 포함된 패키지 여행 취소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러 사건들과 경기 침체 등으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여행사의 1분기 실적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모두투어의 3분기 매출액은 6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를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44% 감소했다. 하나투어 역시 영업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9% 감소했고, 참좋은여행도 영업익이 71% 줄었다. 노랑풍선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영업이익 적자를 이어갔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요즘엔 여름보다 1·2월 아이들 겨울방학 시즌에 맞춰 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데, 그것마저 어렵게 되었다”며 “이번 사고로 소비자들이 제주항공 외에도 저가항공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흐름 등이 앞으로도 패키지 상품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해외여행 자체를 고민하는 여행객들이 많아져 걱정”이라며 “향후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