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턱밑까지 다가온 수사 칼끝을 간신히 피했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피의자로 추락한 가운데 ‘내란 특검’ 출범과 대통령 체포·구속,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여야는 극한의 대치와 수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경호처에 가로막혀 끝내 무산됐다. 앞서 공수처는 이날 오전 6시14분 정부과천청사를 출발해 7시17분 대통령 관저에 도착했다. 이후 오전 8시2분 이대환 수사3부 부장검사를 포함한 수사관 약 35명이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으로 진입했으나, 대통령 경호처 및 경호처가 지휘하는 군부대 등의 저지에 가로막혀 약 5시간30분만에 집행을 중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에게 즉각적인 재집행을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긴급 입장 발표를 통해 “공수처가 내란 수괴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했다”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께서는 오늘 상황을 지켜보면서, 윤석열의 찌질함과 구질구질함을 다시 확인하셨을 것”이라며 “법적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던 발언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전쟁을 일으키려 모의하고, 발포 명령까지 내렸던 자가 적법한 법집행을 회피하며 관저에 틀어박혀 숨어 있는 모습에 크나큰 비애감마저 느낀다”라고 질타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책임론도 불거졌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최 권한대행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그런데도 최 권한대행은 오늘까지도 강 건너 불구경에 일관하고 있다”며 “최 권한대행은 서둘러 2차 내란을 진압하라”고 촉구했다.
야권 내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들을 파면하지 않을 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발언도 나왔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당대표 권한대행은 “경호처와 공수처 사이에 벌어진 갈등을 중재할 사람은 최 권한대행이 유일하다”며 “그런데도 최 권한대행은 오늘 아침 한발 물러서 ‘관계기관끼리 알아서 해결하라’는 무정부 상태와 같은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혁신당은 윤 대통령과 박종준 경호처장,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본부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및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국민의힘은 “월권적 수사행태를 중단하라”며 맞불을 놨다.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의 강제수사는 위법하다는 게 여당 입장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대단히 불공정하고 월권적인 부당한 행위”라며 “이제라도 중단된 것은 다행이나 앞으로 이런 시도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도 “윤 대통령을 향한 수사는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공수처와 법원 압박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내란죄 수사권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공수처는 경찰에 이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도 “공수처가 민주당이 원하는대로 법을 유린하면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서고 있다”고 가세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를 규탄하며 이날 대법원과 공수처를 항의 방문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전날 권 원내대표 등을 ‘내란선전’ 혐의로 고발한 데 대해 맞대응격으로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최고위원 등 야당 지도부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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