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통령실 경호처와의 대치 끝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했지만, 대통령 관저 앞 찬반 집회는 멈춤 없이 밤새 이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관저 주변을 가득 메웠다.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와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부터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체포 민주노총 확대간부결의대회’를 열었다. 오후 1시30분 공수처가 경호처의 저지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한 데 대해 시민단체는 강하게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공수처가 5시간 만에 체포를 포기하고 돌아섰다. 이 사회를 바꿀 마음도, 의지도 없는 것을 명백히 확인한 것”이라며 “내란동조 세력들을 전부 척결하지 않고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조모(63)씨도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대통령을 계속 지지할 것이냐”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민심이 두 갈래로 나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공관 문을 열 때까지 물러서지 않겠다”며 한층 더 강화한 투쟁 방침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3시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1박2일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한 집중 철야투쟁에 돌입할 예정이다. 집회에는 주최 측과 경찰 추산 300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결의대회 이후 관저 인근까지 약 600m를 행진했다.
불과 도보 5분 거리인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인근에서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자유연대,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등 보수단체가 체포영장 집행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몰려든 집회 참가자들은 4차선 중 3차선을 점거한 채 시위를 이어갔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중지한 소식이 알려지자, 지지자들은 만세를 외치며 일제히 환호했다. 보수단체는 “공수처가 물러났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우리는 이 자리에서 죽는다”며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는 오전 7시쯤 600명에서 오후 3시50분 1만2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늘어났다.
찬반 집회가 인근에서 진행되면서 곳곳에선 충돌이 빚어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바리게이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측을 향해 욕설과 고성을 내뱉었다. 다행히 경찰의 제지로 인해 몸싸움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찬반 집회 인파가 몰리면서 관저 인근 주민들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경찰이 관저로 가는 길에 있는 육교를 통제하자 한 시민은 “여기 원래 사는 주민”이라며 “왜 육교도 못 지나가게 하느냐. 집까지 한참 돌아가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지 사흘 만이다. 공수처는 대통령 경호처와 5시간 넘는 대치 끝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했다. 체포영장은 오는 6일 만료된다.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재시도할 경우 보수 지지자들의 집회와 맞불 집회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