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경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달려야지요.”
내달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를 졸업하는 유제건 박사가 후배들을 위해,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위해 조언했다.
유 박사는 최근 UST 학생지원 사업인 글로벌멘토링사업과 해외연수지원사업을 거쳐 미국 애리조나대학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확정됐다. 애리조나대학은 천문학과 지구과학 분야에서 최상의 연구를 진행하는 곳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와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유 박사는 올해 UST 한국천문연구원(KASI, 이하 천문연)스쿨 박사과정을 마쳤다. 주요 연구분야는 우주공간에서 인공위성, 우주망원경 등의 온도변화를 다루는 열제어 엔지니어링이다.
진공상태인 우주공간은 온도전달 매질이 없기 때문에 태양빛을 받는 부분은 영상 100℃, 그늘진 곳은 영하 100℃를 넘나드는 극단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인공위성이나 우주망원경은 이런 환경에서 자전·공전하며 극한의 온도차를 수시로 겪는다.
하지만 여기에 탑재된 전자장비가 원활히 작동하려면 위성 내부는 일정한 온도조건을 유지해야 한다.
유 박사는 UST 재학 중 오로라관측 우주광학망원경을 탑재한 차세대중형위성 3호 개발에 참여하며 온도제어 연구를 수행했다.
이에 대해 유 박사는 “UST의 장점 중 하나가 학생이면서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라며 “이런 특수한 교육환경이 커리어에 엄청난 경력을 제공하고, 이는 또 다른 기회를 열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애리조나대학 박사후연구원 선정 때도 학생신분이면서 교신저자로 연구를 주도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유 박사가 애리조나대학 박사후연구원에 선정된 이유도 이 같은 UST만의 교육과정과 더불어 글로벌멘토링사업 및 해외연수지원사업이 시너지를 이뤘기 때문이다.
글로벌멘토링사업은 UST의 각 출연연스쿨이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학생들이 세계적 연구자와 직접 교류하며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KAIST, GIST, DGIST, 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 학생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유 박사는 “졸업을 앞두면 당장 취업자리가 중요하겠지만, UST의 좋은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더 큰 기회가 생긴다”며 “이번 해외연수를 기회로 한국형 우주망원경 개발 등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 박사와 1문 1답.
- 연구분야를 소개하면?
▷우주는 양달과 응달에 따라 극심한 온도차이가 발생한다. 내가 연구하는 열제어 엔지니어링은 우주공간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나 우주망원경이 정상작동하려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정상작동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 과거 어떤 프로젝트에 참여했나?
▷경희대 대학원 때 미국 유씨버클리와 협업한 큐브셋 제작에 참여하면서 처음으로 인공위성을 접했다. 석사를 마치고 더 큰 위성을 만들고 싶었는데, 마침 병역특례연구원 복무 중 LIG넥스원에서 다목적실용위성 6호 개발에 5년 간 참여하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었다.
- UST 입학 계기는?
▷병역특례연구원 시절 함께 연구했었던 천문연에서 UST를 소개했다. 인공위성은 대체로 국가 전략연구가 많아 대학 차원에서는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UST는 수업과정에서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 엄청난 장점을 갖는다. 특히 우주분야는 프로젝트 참여 자체가 그 사람의 경력이 된다. 때문에 장기 프로젝트가 많은 우주분야에서 학생시절의 연구참여 기회는 커리어에 큰 도움을 준다.
- UST 재학 중에도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나?
▷차세대 중형위성을 기반으로 오로라를 관측하는 우주광학망원경 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우주광학망원경의 열 해석 및 제어설계와 광학 성능분석에 관한 연구를 했는데, 이게 내 박사논문이다. UST의 큰 장점이 수업과정이 곧 국책 연구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학교에서는 얻기 힘든 어마어마한 경력으로 작용했고, 학교가 제공한 글로벌멘토링사업, 해외연수지원사업과 합쳐져 이번 애리조나대 박사후연구원에 선정될 수 있었다.
- 학생인데 교신저자가 된 것이 특이하다.
▷UST 교육과정의 장점이 다른 대학에서는 접근도 어려운 국가연구시설이 캠퍼스라는 것이다. 이런 연구환경은 학생과 지도교수가 다른 대학원처럼 수직관계가 아닌, 같은 연구원으로 존중받는다. 때문에 의견교류가 자유롭고, 자기주도적 환경에서 오로지 연구에 집중하며 역량을 키울 수 있다. 때로는 학생이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한다. 애리조나대도 내가 학생신분으로 연구를 주도한 것과 학회에서 교신저자로 발표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
- 학교생활 중 인상 깊었던 게 있다면?
▷박사과정 중 나를 지도한 교수가 UST 1기 졸업생인 한정열 천문연 박사다. 그래서인지 나를 더 잘 이해해주고 신뢰했기 때문에 더욱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이는 졸업생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연구원 겸 지도교수가 돼 현장에서 후배를 이끌며 학문을 발전시키는 UST의 좋은 롤 모델이라 생각한다.
-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당장 수업과 시험때문에 바쁘더라도 글로벌멘터링과 해외연수지원사업에 꼭 참여하라.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자리를 얻을 지만 생각한다면 세계무대에서 도태될 수 있다.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그러면 내 연구주제에 대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 향후 계획은?
▷우주 열제어 엔지니어링 전문가는 세계적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애리조나대에서 박사후연구원 이후에도 남아 있길 원하는 눈치다. 그렇지만 그곳에서 역량을 키워 한국형 우주망원경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 그리고 나 역시 기회가 된다면 글로벌멘토링에 참여해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