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산업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미래 먹거리’로 꾸준히 꼽히지만, 새해에도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디게임,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등 지난해부터 논의되던 주요 의제에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이용률은 59.9%로 나타났다. 기존 10~64세였던 조사대상 연령을 지난해부터 10~69세로 확대해 조사한 결과다. 10~64세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는 62.8%다. 해당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도 게임이용률은 2022년 정점을 기록한 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게임 이용 시간 자체는 늘어났다. 게임 이용자 일평균 이용시간은 주중 171분, 주말 253분으로 각각 전년 대비 12분 증가했다. 게임 하는 사람은 줄고, 기존에 게임을 하던 이들이 이용하는 시간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임 월 지출 비용도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2022년 PC 게임 월평균 지출 비용 4만5824원에서 지난해에는 3만7684원으로 줄었다. 모바일 게임의 월평균 지출 비용 감소 폭은 더 크다. 지난해 2만1875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만원 가량 감소했다.
게임을 즐기는 행태도 바뀌고 있다. 지난해 ‘버섯커 키우기’, ‘카피바라 GO!’ 등 방치형 게임이 인기를 끈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직접 플레이를 하기 보다는 마치 영상을 보는 것처럼 보다 소극적으로 즐기는 모양새다.
게임사 대표 신년사에서도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다. 김택진‧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신년사에서 “시간이 우리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거라는 사치스러운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며 “올해 반등하지 못한다면 다시는 미래가 없다는 생각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경주하자”고 강조했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 역시 “힘든 시기이지만, 모든 리더들이 기존 타성에서 벗어나 트렌드에 맞춰 유연성 있게 빠르게 변화해 우리만의 길, 우리만의 저력으로 성장을 이뤄내자”고 신년사에서 밝혔다.
지난해 정치권에서 다양한 진흥책이 발표되긴 했으나, 당분간은 반등 실마리를 잡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K-문화’ 진흥을 이끄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구체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 장관은 지난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창작자 보호, 영상산업 도약 전략, 저작권과 스포츠, 관광 분야 성장 로드맵만 밝혔을 뿐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던 주요 의제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촉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출 규모가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간 한국 게임산업 주력이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이 콘솔이나 인디 게임 등 저변을 넓혀가는 모습”이라며 “지난해 콘솔‧인디 게임 진흥책을 발표했는데 보다 적극적인 진흥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식재산권(IP)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문제를 꼽았다. 그는 “개발력이나 퍼블리싱 등 실무적인 부분 역량과 기반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웹소설이나 웹툰, 게임사 자체 IP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연계하는 노력과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게임이용장애 논의가 지난해부터 이어져왔다”며 “필요 이상으로 산업이 위축되지 않을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고민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