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금융권 M&A 기상도는 ‘흐림’

새해에도 금융권 M&A 기상도는 ‘흐림’

시장에 나온 금융사 매물 총 12곳…지난해 매각 성사 ‘제로’
MG손해보험·상상인저축은행 연내 매각 가능성↑
고환율 지속되며 CET비율↓…“건전성 영향에 인수 어려울 것”

기사승인 2025-01-08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사 인수합병(M&A)이 지난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성적으로 마무리됐다. 금융업권의 M&A는 올해도 꾸준히 시도될 것으로 보이지만 고금리·고물가와 경기불황,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매각 성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 중 매물로 시장에 나온 금융사는 총 12개 사에 달한다. 보험사 중에는 MG손해보험을 필두로 △롯데손보 △KDB생명 △ABL생명 △동양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6개 사가 매물로 나와 있다. 카드사는 롯데카드 한 곳이 있으며 저축은행은 상상인, 애큐온, OSB, HB, 조은 등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매물로 나온 금융사의 새 주인 찾기는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유력 매물로 꾸준히 거론됐지만 성사까지 이어진 곳은 한 곳도 없다.

먼저 KDB생명은 지난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건전성 리스크가 불거지며 좌초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현재 산업은행이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매각이 끝내 최종 무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JKL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는 롯데손해보험도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받았지만 끝내 매각이 불발됐다. 지난해 우리금융이 예비입찰에 참여해 실사까지 나서 매각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가치 대비 몸값이 높다는 이유로 매각이 불발됐고, 상시 매각 체제로 전환됐다.

롯데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한 우리금융은 지난해 8월 동양생명·ABL생명 동시 인수를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 문제가 터지면서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시작됐고, 이에 따라 최종 인수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우리금융의 두 보험사 인수 의지는 여전히 높다. 하지만 금감원이 이달 중 내놓을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3등급 이하로 나오면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그나마 매각 가능성이 높은 곳은 MG손해보험과 상상인저축은행이다. MG손보는 현재 메리츠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상황이다. 고용 승계와 지원금 등의 쟁점사항이 남아있지만 메리츠금융의 최종 인수가 유력하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7월 우리금융과 매각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상상인그룹과의 가격 협상 과정에서 의견이 틀어지면서 인수가 불발됐다. 이후 OK금융그룹이 인수를 진행하겠다고 나섰다. OK금융은 지난달 말 공시 대상 계열사로 분류된 ‘H&H파이낸셜’과 ‘옐로우캐피탈’을 최종 청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부업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내면서 저축은행업 확장을 천명했다.

OK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다른 대형 저축은행 대비 부족했던 영업 구역을 늘릴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합병 시 총자산이 16조원을 넘기며 업권 1위 SBI저축은행(14조8000억원)을 뛰어넘는 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그나마 인수 대상자가 있는 금융사들과 달리 나머지 매물들의 경우 올해 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기 침체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데다 고환율, 정치 불확실성 확대 등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450원을 넘어간 고환율이 금융사들의 자본적정성 지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자본적정성 지표는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규제가 존재하고,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등 금융사의 중요 경영지표다.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국내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0.01~0.03%p씩 하락하는 것으로 본다. 외화자산의 원화 평가액이 늘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력이 투입되는 대형 M&A를 추진하는 금융사에게 원달러 환율이 이처럼 높은 상황은 악조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CET 비율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금융 포트폴리오 확충을 위해 선뜻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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