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정신 재무장’ 외친 엔씨, 진짜 문제 살펴보니

‘벤처 정신 재무장’ 외친 엔씨, 진짜 문제 살펴보니

기사승인 2025-01-09 06:00:06
엔씨소프트 사옥. 엔씨소프트

지난해 부진했던 엔씨소프트가 재도약을 꿈꾸며 초심을 강조했다. 다만 핵심을 비껴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김택진‧박병무 엔씨소프트(엔씨) 공동대표가 ‘벤처 정신으로의 재무장’을 내세웠다. 이들은 신년사에서 “성장을 위한 변곡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며 “엔씨가 처음 출발했던 벤처 정신 재무장”을 강조했다.

‘원팀’과 ‘협업’도 내세웠다. 이들은 지난해를 “많은 아픔을 준 시간”으로 규정했다. “생존과 성장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들을 감내해 왔으며 동료들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는 것이다.

엔씨는 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희망퇴직 등으로 700명 정도 인력이 퇴사해 직원이 4500명에서 3800명 선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분사로 조정되는 인력도 있어 3000명 초중반으로 본사 규모가 축소되리란 예상이 나온다.

‘리니지 일변도’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도 본격화했다. 난투형 대전 액션 게임 ‘배틀크러쉬’, 수집형 역할수행게임(MMORPG) ‘호연’ 등이 그 예다. 해외 게임사 투자를 통한 신규 게임 발굴에도 공 들였다. 지난 5월 스웨덴 소재 개발사 ‘문 로버 게임즈(Moon Rover Games)’에 초기 투자를 진행했다. 국내 신생 개발사 ‘미스틸게임즈(MISTIL GAMES)’, 폴란드 소재 게임 개발사 ‘버추얼 알케미(Virtual Alchemy)’에 투자하기도 했다. 각각 PC‧콘솔 3인칭 타임 서바이벌 슈팅게임과 유럽 중세 배경 전략 역할수행게임(RPG)를 개발 중이다.

김택진(사진 왼쪽부터)·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 엔씨소프트

다만 일각에선 해결책이 ‘헛발질’이라는 지적 나온다. 중앙집권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엔씨에 근무했던 관계자 A씨는 “수직적 구조다보니 중앙에서 의사결정이 안되면 진척이 없거나 새로운 도전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다보니 동일 장르의 기존 성공 문법만 답습하게 됐고 결국 한계에 봉착했다”고 덧붙였다. 

엔씨에 근무했던 또 다른 관계자 B씨는 “창의적인 내용이나 그래픽, 기획 요소가 나오더라도 중간 단계에서 심사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라며 “본부장 등 특정한 사람들 입맛에 맞추다보니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창의성 있는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마케팅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느낌도 받았다”고 말했다,

변화 의지를 담아 분사 카드를 꺼내들기도 했다. 지난해 총 6곳 자회사 분사를 진행했다. 그 중에는 개발 스튜디오 3곳이 포함돼있다. 엔씨는 신작평가위원회를 통해 이들 자회사 게임 개발에 대한 피드백을 줄 예정이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본사에 너무 많은 인력이 집중돼 있어 창의성과 절실함이 떨어진 면이 있고, 도전 정신을 북돋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지만, 본사 입김이 작용하는 수직적 구조는 변함없는 셈이다.

구조조정, 분사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A씨는 “구조적 문제를 직원들에 돌리는 모양새라 소극적이고 회피적인 행동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핵심은 ‘신뢰’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는 “신뢰관계가 깨진 상태서 분사 등이 이뤄졌다보니 한동안은 변동성이 클 것 같다”며 “지난해 변화가 많았다. 무너져 내린 신뢰를 다시 쌓고 안정화하는 게 중요할 듯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엔씨는 올해 다양한 장르 신작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 2008년 출시한 ‘아이온: 영원의 탑’ 정식 후속작인 ‘아이온2’, 슈팅 ‘LLL’, 전략 ‘택탄(TACTAN)’ 등이다. 이 외에 퍼블리싱 등으로 확보한 신작 출시도 잇따를 예정이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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