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호주 호위함 사업 실패에 이어 100조원 잠수함 수출도 빨간불! [박진호의 아웃사이트]

10조원 호주 호위함 사업 실패에 이어 100조원 잠수함 수출도 빨간불! [박진호의 아웃사이트]

-NSC 중심 ‘탑-다운’ 방식으로 전략적 대응책 마련 시급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기사승인 2025-01-08 15:30:36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비상계엄 및 대통령 탄핵 등 초유의 사태로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가운데 K-방산 무기체계 수출에 빨간불이 연이어 켜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수출 성사에 있어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무기체계 수출 사업의 특수성을 고려할때 작금의 국내 정치 혼돈으로 초래되고 있는 방산 수출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여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중동 지역 전쟁 이후 전개될 안보 환경 변화의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 급증 등으로 글로벌 방산시장 환경까지도 녹록치 않다. 다른 한편, 무기체계 구매를 시작으로 운영, 유지, 보수, 폐기 등 30~40년 정도의 무기체계 총수명주기를 고려했을때, 지난 수십년간 공들여 쌓아 온 K-방산 무기체계의 수출 경쟁력이 한 순간에 무너져 버릴 수도 있다.

방위사업청 등에 따르면 2024년 우리나라 방산 수출액은 당초 목표한 200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5억달러(약 13조95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당초 예상된 계약 체결 시기가 연기되어 최종 수출 계약 체결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있지만, 2022년 173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 135억달러, 지난해에는 100억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폴란드 정부는 12월 3일 계엄사태 이후 70억달러 규모의 K2 전차 계약 체결을 미루었고, 기존에 합의된 계약 사항에 대한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키르기스스탄 및 스웨덴 정상의 방산업체 방문이 취소되는 등 방산 수출을 위한 논의가 중단되었다.

지난해 11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10조원에 달하는 호주 신형 호위함 사업 수주에 실패했다. 수주 실패에 대한 여러 원인이 제기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부와 기업 간 전략적 협력 부재로 사업 공략 실패를 자초한 것이다. 올해부터 본격화 될 폴란드, 캐나다 등 잠수함 수출 기회의 경우 정부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들 국가들은 ‘정부 대 정부’(G2G)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잠수함 수출 및 유지ㆍ보수ㆍ운영(MRO) 등을 종합 고려하면 100조원대 규모로 체코 원전 수주액(24조원)의 4배 규모에 달한다. G2G 사업 추진에 있어서 정부의 지원 부재는 곧 수주 실패로 귀결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쟁국들은 이미 파격적인 조건까지 제시하고 있다. 잠수함 건조 기간 동안 자국이 운영하는 잠수함을 대여하여 전력 공백을 메우는 ‘갭 필러(Gap Filler)’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폴란드 등은 최대 작전수행거리, 항해 및 잠항 지속 시간, 장거리 대지 타격 미사일, 자체 유지ㆍ보수ㆍ운영(MRO) 능력 확보 등에 대한 파격적인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및 중동 지역에서 지속되고 있는 안보 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무기체계 및 기술 등의 이전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그 어느때 보다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수주 경쟁을 벌이는 국가들은 이미 구매국이 요구하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전향적으로 정책 결정을 내리고 구매국과 ‘국가 대 국가’ 뿐만 아니라 지역내 안보전략(예, 유럽방위산업전략 등) 이행 등을 적극 앞세워 다각적으로 협상을 진척시키고 있다.  

호주 호위함 사업 진출 실패와 같은 정책적 실패(예, 컨트롤타워 부재 등)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되어 전략적인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국내 정치 상황과는 별개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시스템을 조속히 가동되어,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등 100조원에 육박하는 잠수함 사업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선 구매국들의 요구사항을 총체적으로 분석하여 ‘탑-다운(top-down)’ 방식의 전략적 대응책 마련과 관련된 정책 결정이 매우 시급하다. 한편,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사업도 아직 시간이 있다는 이유로 1년 가까이 정책 결정이 표류하고 있어 국내외적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심각하게 추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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