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SK “AI, 기업 성장 발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국내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한 부회장은 “AI 기능이 탑재된 제품 수를 늘리는 것을 넘어서, 제품 간 유기적인 연결을 통해 알아서 잘, 깔끔하고 센스 있게 맞춰주는 ‘홈 AI’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홈 AI’는 10년 이상 축적해 온 스마트 홈 사업 경험을 기반으로 한 AI 기술을 고객 관점에서 고도화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AI를 통해 제품 간 연결이 늘어나며 생기는 개인정보 유출이나 해킹 등에 대한 우려 해소에 나섰다.
한 부회장은 “홈 AI를 구현하는데 있어 보안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며 “스마트싱스로 연결된 제품은 업계 최고 수준의 다중 보안 시스템인 ‘녹스 매트릭스’와 ‘녹스 볼트’로 보호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녹스 매트릭스는 블록 체인 기반의 보안 기술이다. 연결된 기기들이 보안 상태를 상호 점검하고 외부 위협이 감지되면 해당 기기의 연결을 끊고 바로 조치할 수 있도록 알린다. 녹스 볼트는 비밀번호, 생체 인식 데이터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별도 하드웨어 보안 칩에 저장한다. 운영체제(OS) 기반 정보 유출이나 물리적인 해킹 공격으로부터 중요 정보를 보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안전 과학 분야 인증 기관인 ‘UL 솔루션즈’의 IoT 보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를 가전 업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향후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을 더욱 확대해 ‘홈 AI’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년도 사업전략을 소개했다. 조 CEO는 “가전 구독이나 웹OS(webOS) 광고/콘텐츠 사업과 같이 시장 및 고객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사업방식의 변화 및 사업모델 혁신이 일정 부분 성과를 만들어 내는 점은 긍정적이다”며 “전에 없던 시장과 경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전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과 치열하고 정교한 실행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LG전자는 △사업 잠재력 극대화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 확대 △ B2B 사업 가 ‘CES 2025’속화 △신성장 동력 조기 전력화 등의 방향 아래 2030 미래비전 달성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LG전자는 구독 사업의 핵심인 방문 케어서비스의 전문성을 높이고 판매 채널을 다변화하며 경쟁 우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올해 말레이시아, 태국, 대만에 이어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 시장도 본격 확대한다. 구독 사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가격 위주인 기존 경쟁구도를 탈피해 사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2030년까지 구독 사업 매출을 지난해의 3배 이상 규모로 키우고, 스타 사업으로 육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도 오는 2030년까지 매출액 규모를 5배 이상으로 늘리고, 전사 영업이익의 20%를 담당하는 핵심 사업모델 육성을 목표로 한다. 해당 사업은 전 세계에 판매된 제품을 플랫폼으로 고객에게 콘텐츠, 광고, 서비스 등을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올해부터 웹OS는 TV, IT, 차량용 인포테이먼트 등의 기기에서 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 콘텐츠 플랫폼’이자 옥외 디지털 광고 영역까지 ‘통합 미디어 광고 플랫폼’으로 키울 예정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8일(현지시간) ‘CES 2025’를 찾아 전시관을 둘러본 후 국내 언론 간담회를 개최했다.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만남에서 이뤄진 사업 논의 내용과 SK의 사업 비전 등을 밝혔다.
최 회장은 황 CEO와 만나 여러 논의를 했다며 “기존에는 상대(엔비디아)의 요구가 더 빨리 개발을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최근 SK하이닉스의 개발 속도를 선제적으로 높여 헤드투헤드(Head-to-Head)로 서로 빨리 만드는 것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개발 속도가 엔비디아의 요구보다 빠르게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약간의 역전 형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지난해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어 10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을 시작했다. 최 회장은 HBM 공급과 관련해 “올해 공급량은 결정됐고, 확인하는 만남이었다”고 말했다.
국내 AI, 글로벌 시장 생존 우려…돌파구는?
각 대표들은 글로벌 환경 변화와 대내외 불안정성 지속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 불안감 잠재우기에 힘썼다. 글로벌 시장의 수요회복 지연 장기화와 트럼프 2.0을 필두로 한 주요국 통상정책 변화 등 지정학적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 또 중국 업체와 경쟁 패러다임은 가격에서 기술 경쟁으로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부회장은 “업의 본질에 충실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꿔 모든 난관을 극복해 나가겠다”며 “삼성전자가 생각하는 업의 본질은 최고 수준의 품질 확보와 고객을 중심에 둔 초격차 기술 혁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말 조직 개편에서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산하에 ‘품질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한 부회장을 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전사 차원의 품질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 최고기술책임자(CTO) 전경훈 사장 직속으로 AI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을 마련했고, 연구소와 각 사업부의 AI 전담 조직을 신설해 ‘AI Driven Company’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중‧장기 전략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되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맞춰 실행 전략을 재점검한다. 조 CEO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전히 다양한 기회가 시장과 고객에 존재한다”며 “변화의 가운데서도 변하지 않을 차별적 고객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사업 전반에서 지속적인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중국 업체를 필두로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비해 ‘품질·비용·납기’로 대표되는 본원적, 구조적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 나간다. 올해부터 CEO 주관 점검체계를 새롭게 구축한다. 각 사업본부 및 본사 조직은 △제품 및 기술 △제조 원가 △R&D 및 운영 등의 영역에서 리더십 확보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한다. CEO가 분과별 진척 상황을 직접 챙기는 형태다. 각 TF의 주요 과제는 제품/기술 혁신 포트폴리오 확보, 제조역량 혁신, R&D 효율성 제고 등이다. 또 내‧외부 전문가들과 협력해 최적의 대응책을 찾는 ‘플레이북’을 준비하는 등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SK그룹은 AI데이터 센터 설루션이 될 수 있는 모델을 찾고 있으며 AI데이터 관련 비즈니스를 중점 추진 과제로 삼고 있다. 최 회장은 한국이 AI산업 경쟁에서 뒤쳐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 경쟁에서 뒤쳐지면 반도체, 조선, 철강 등 그동안 우리가 자랑하던 모든 산업의 경쟁력이 위협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AI산업 발전을 위해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개발과 제조업, 로봇 등 관련 AI의 특정 지역 전략화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업과 조직 단위 규모로는 세계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3년 연속 CES를 찾은 최 회장은 “전부 AI화 되어가고 있다. 모든 것에 AI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볼 수 있는 전시”라며 “속칭 피지컬 AI라고 하는 로봇이나 우리 주변 기기 안에 AI가 탑재되는 것이 일상화되고 상식화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방문 소감을 전했다.
한편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는 지난 7일부터 오는 10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