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기준금리 결정이 2일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경제는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어 금리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근소하게 우세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해 11월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p 인하했다. 이는 2연속 금리 인하로, 한은이 2회 이상 연속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15년 만의 일이다.
당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 경제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1%로 예상치인 0.5%를 크게 밑돌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정책 리스크까지 높아졌다.
이는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문제들이다. 여기에 더해 12·3 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은 지난해 11월보다 더 커졌다. 특히 환율 문제가 한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60~147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초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1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이란 의견이 60~80%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주 달러지수가 109선을 넘고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자 전망을 수정하는 전문가들이 늘었다.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월 채권시장 지표(BMSI)’에 따르면 지난 3~8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55개 기관, 100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60%는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 40%는 0.25%p 인하를 전망했다.
반면 여전히 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도 많다. 신한투자증권은 13일 ‘1월 금통위와 한국 채권시장’ 보고서를 내고 “지금은 성장 둔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때로 판단한다”며 “1월 금통위에서 0.25%p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도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14일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6일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p 인하한 2.75%로 결정한다고 본다”며 “미국의 통화·무역정책과 국내 정치 상황과 관련된 높은 불확실성을 주의할 듯 하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과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소비 심리 악화와 외환시장 변동성을 주요 고려 요인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대내외 리스크와 데이터를 면밀히 살펴보고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