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LS 첫 근로감독에…“불법경영에 면죄부” 비판 봇물

쿠팡CLS 첫 근로감독에…“불법경영에 면죄부” 비판 봇물

첫 24시간 배송사업 감독…“택배기사 불법파견 해당 안돼”
대책위 “과로와 고용 불안 원인 규명하지 못해” 질타
고용부 “계획 마련 및 이행상황 모니터링할 것”

기사승인 2025-01-14 17:51:22
쿠팡 물류센터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배송기사의 과로사 논란이 일었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를 상대로 첫 근로감독 결과를 내놨다. 고용노동부는 쿠팡 택배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불법파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쿠팡의 24시간 배송사업에 대한 감독 결과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계를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 △일용근로자 적정 근로계약 체결 등 기초노동질서 감독 △배송기사 불법파견 근로감독 등 3개 분야로 나눠 실시한 근로감독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우선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5월 고(故) 정슬기 씨의 사망으로 촉발된 ‘불법파견’ 논란에 대해 택배기사들은 쿠팡CLS로부터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고 일하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고용노동부가 쿠팡CLS 본사·배송캠프 11곳·택배영업점 34곳을 대상으로 83회의 현장조사와 쿠팡CLS 직원·퀵플렉서 137명 대면조사, 퀵플렉서 1245명의 1년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분석한 결과,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퀵플렉서들이 화물차량을 소유하고 관리하며 차량유지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점 △아르바이트 혹은 가족 등과 함께 배송이 가능한 점 △본인 재량으로 입차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배송을 완료하면 회사 복귀 등 없이 바로 업무가 종료되는 점 △고정된 기본급이 없고, 배송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쿠팡CLS 본사, 서브허브, 배송캠프, 택배영업점 등 총 82개소를 상대로 진행된 산업안전보건 분야 기획감독에서는 절반인 41개소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4건의 사법처리, 53건의 과태료 부과 처분(약 9200만원), 34건의 시정조치를 했다.

아울러 기간 내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아 2100만원, 배송기사에 대해 최초 노무 제공 시 교육하지 않아 1514만원, 야간작업 종사자들에게 특수건강진단을 하지 않아 540만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됐다.

‘가짜 3.3계약’과 관련해서는 쿠팡CLS 위탁업체 3곳에서 근로계약 미체결 사실이 적발됐고, 위탁업체 4곳·다른 택배사 물류업체 2곳에서 일용근로자 360여명에 대해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3.3%)를 납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억5000만원의 임금체불과 근로조건 서면 명시 의무 위반 등 총 136건의 근로기준법 위반 또한 적발됐다.

이번 근로감독 결과에 대해 노동계에선 “수준 미달의 근로감독”이라고 혹평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쿠팡 택배기사들의 노동 실태를 확인할 수 없었고, 과로와 고용 불안의 원인 또한 규명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또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고용 형태가 갖는 한계가 있다면, 최소한 과로사 산업재해 기준인 주 60시간을 준용해 노동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전호일 대변인도 “이번 근로감독에서 쿠팡에서의 장시간 노동의 실태와 고용불안이 발생하는 이유는 가려져 있다”며 “과로사의 근본 원인은 쿠팡의 상시적 고용불안을 일으키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질타도 이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흡한 수준을 넘어 사실상 불법 경영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환노위원들은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어디에서도 배송 기사들의 야간노동 시간과 강도를 조사했다는 내용이 없다”면서 “임금 착취이자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되는 상차 분류 작업에 대해서도 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배송 기사의 쿠팡 캠프 입차를 거부하고 일감을 끊어버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감독은 아예 없었다”며 “이번 근로감독은 사용자에 편향된 윤석열식 노사법치주의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노동부를 향해 쿠팡에 대한 재감독,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노동부의 요구사항이 권고에만 지나지 않아 실질적인 개선으로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쿠팡CLS가 법 위반 사항 해소 및 요구사항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도록 지도하고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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