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상장지수펀드(ETF) 리브랜딩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리브랜딩 이후 시장 점유율이 오히려 하락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는 마케팅에 치중하기보다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14일 자사 ETF 브랜드 ‘KOSEF’와 액티브 ETF 브랜드 ‘히어로즈’를 ‘KIWOOM’으로 전격 교체했다. 이에 따라 기존 KOSEF ETF 46종목과 히어로즈 ETF 15종목은 KIWOOM ETF로 명칭을 변경했다.
키움운용의 이번 ETF 브랜드 개편은 지난 2002년 10월 14일 국내 최초의 ETF ‘KOSEF 200’의 출범 이후 22년 3개월 만이다. 앞서 키움운용은 2022년 3월 액티브 ETF를 출시하면서 ‘히어로즈’라는 별도 브랜드를 채택해 KOSEF와 두 갈래로 운용한 바 있다. 그러나 2개의 브랜드 양립에 따른 투자자 혼선을 피하고, 마케팅 역량 집중을 위해 단일화를 결정했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키움’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를 활용해 ETF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개인투자자를 향한 비즈니스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ETF 리브랜딩 전략은 중형 운용사 위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브랜드 명칭을 8년 만에 기존 ‘KBSTAR’에서 ‘RISE’로 일괄 변경했다. KB자산운용 ETF 사업 방향과 브랜드 전략의 전면적 개편을 위해서다. 한화자산운용도 같은달 ETF 상품 브랜드 명칭을 15년 만에 기존 ‘ARIRANG’에서 ‘PLUS’로 변경했다.
이는 운용업계 점유율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질주에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틈새 전략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 2022년 9월 ETF 브랜드명을 ACE로 변경한 이후 순자산총액이 1년 새 8조403억원 증가한 바 있다.
그러나 한투운용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명칭 변경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떨어진 곳도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14일)를 보면 KB운용의 시장 점유율(순자산 비중 기준)은 7.64%를 기록했다. 이는 리브랜딩 직전인 지난해 8월말 7.76%에서 소폭 하락한 수준이다. KB운용은 지난달 27일 일시적으로 한투운용에 ETF 시장 3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한화운용도 2.27%에서 1.92%로 떨어졌다.
KB운용은 리브랜딩 이후 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하자 임원진 교체까지 단행했다. 김찬영 KB운용 ETF사업본부장은 1월 초 ETF 순자산 하락 등 성과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석이던 신임 ETF사업본부장으로는 노아름 ETF운용실장이 승진 발령됐다.
이같은 상황에 일각에서는 키움운용의 리브랜딩 전략이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지난해 순자산 증액분이 9279억원으로 다음 순위인 한화운용(3959억원)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점유율 6위권 방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해석된다. 키움운용 관계자는 “향후 기존 기관투자자층을 기반으로 고객층을 개인투자자까지 확장하고, 전 자산군을 아우르는 투자 솔루션 공급자로 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업계는 리브랜딩 등 마케팅 확대보다 상품 차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리브랜딩 효과를 누리기엔 난관이 많은 상황이다. 브랜드 교체 효과보다 광고선전비 증가에 따른 악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면서 “운용사들은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사업 확대를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ETF 상품이 공존하는 가운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선 특화된 상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