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를 끝내놓고 사랑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배우 송혜교가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검은 수녀들’을 고른 까닭은 ‘타이밍’이었다.
20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검은 수녀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권혁재 감독, 배우 송혜교, 전여빈, 이진욱, 문우진이 참석했다.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구마 사제가 부재한 상황에서 수녀들이 금지된 의식에 나선다는 설정으로 차별화를 꾀한다.
이번 작품으로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송혜교는 개봉 전부터 예능부터 브이로그까지 섭렵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그는 “홍보를 열심히 해서 그런지 많이 기대해 주신다”며 “당연히 걱정도 되고 부담도 있지만 아직 설레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송혜교는 극 중 위험에 처한 소년을 살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았다. 유니아 수녀는 흔히들 상상하는 수녀와 달리 흡연도 서슴지 않고 욕설도 잦다. 이러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자체가 송혜교에게는 파격적인 도전이다.
송혜교는 흡연 연기를 묻는 말에 “비흡연자라서 고민이 많았다”며 “좋은 건 아닌데 6개월 전부터 (담배를) 태우면서 연습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첫 신이 담뱃불 클로즈업으로 시작하는데 거짓말로 피고 싶지 않았다”며 “연기 연습도 많이 했지만 담배 피는 연습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송혜교가 ‘검은 수녀들’을 차기작으로 점찍은 이유는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마치고 장르물 위주로 대본을 읽었다는 그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도전이겠지만 이 작품을 하면 나도 몰랐던 새로운 표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전여빈은 유니아 수녀를 경계하지만 이내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미카엘라 수녀로 분했다. 이에 송혜교와 합을 맞춘 그는 “즐거웠다”며 “(송혜교) 선배님의 행동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아마도 미카엘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전여빈이 미카엘라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뒀던 부분은 ‘리액션’이었다. 그는 “대사로 상황을 설명하기보다는 리액션이 중요한 역할”이라며 “연기가 액션과 리액션의 향연이라 리액션이 중요하지 않은 연기는 없지만 더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진욱은 구마를 믿지 않고 의학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는 바오로 신부로, 문우진은 악령에 고통받는 소년 희준으로 변신했다.
악령에 씌인 인물을 실감 나게 표현한 문우진은 “작품에 피해 끼치지 않게 잘하자는 마음이었다”며 “관객분들이 어떻게 바라보실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연기를 할 때 이건 영화의 한 장면일 뿐이라고 생각하려고 했다”며 “침을 뱉는 장면이 있었는데 진짜 뱉어야 하나 싶어서 노심초사했다”고 고충 섞인 비하인드를 전했다.
유니아 수녀는 희준을 구하기 위해 그야말로 종교를 넘나든다. 굿판을 벌이기까지 한다. 이러한 지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권혁재 감독은 “사람을 살리는 데 명분이 필요할까, 이런 질문이 시나리오부터 와닿았다”며 “모든 격식을 초월하여 절실한 마음으로 연대하는 장면들이 배우분들의 연기를 통해 관객분들께 이어졌으면 한다”고 바랐다.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개봉한다.